≪특강≫

13호

≪특강≫

Spirit (영)과 Understanding (마음)

원성희 교수
언더우드기념 한국교회음악교육원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현대의 인기있는 영국작곡가인 루터 (John Rutter)의 수많은 교회용 합창음악가운데 "내가 영으로 찬미하리라 (I will sing with the spirit)"는 특별히 아름다운 곡으로 평가받는다. 이 가사는 고린도전서 14:15의 내용에 의한 것인데, "내가 영으로 찬미하리라"를 몇 번 반복한 후 "알렐루야"를 반복해 부르게 된다. 음악이 전조된 뒤, "또 마음으로 찬미하리라 (And I will sing with the understanding also)"는 새로운 부분이 등장한다. 여기에 이어지는 단어도 역시 "알렐루야"이다. 즉, "내가 영으로 찬미하고, 알렐루야, 또 마음으로 찬미하리라, 알렐루야"라는 단순한 구조이다. 이 가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 준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 찬양할 때에 감정으로, 영으로, 필링 (feeling)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과 머리와 지식과 이해함으로 찬양하는 일도 역시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고린도전서 14장의 전체적인 내용은 방언에 관한 것이지만, 이 말씀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우리 시대에 우리 교회음악을 연주할 때에는 감정적으로, 기분좋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신 6:5; 11:13; 마 22:37)는 말씀처럼 최선을 다해서 하라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찬양을 받으실 이, 우리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노래해야 한다.

구약성서를 보면, "여호와를 찬송하라"나 "여호와께 찬양하라 (Sing to the Lord)"는 권면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출 15:21; 대상 16:9; 시 68:32; 96:1,2; 98:1; 146:1; 147:1; 148:1; 149:1; 150:1; 사 42:10; 렘20:13등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예배음악이나 성가, 독창곡을 부르다 보면 "찬양하라"만 생각하고 "여호와를"은 잊을 때가 많다. 대상을 착각하기 쉽다는 말이다. 교회음악인은 항상 "우선 하나님", "오직 하나님"을 위하여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며, 매번 "새 노래"를 드려야 할 것이다. 아는 곡이고 여러 번 노래하였어도 감정적으로 "새 노래"가 되도록 한다면 이것이 바로 "영"으로 찬양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음악이란 그냥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만큼,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된 그 예술 (음악)을 이해하며,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수준으로 연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가대원이 되려면 적어도 한 마디 안에 있는 박자를 셀 줄 알고, 음높이를 맞출 줄 알며, 자기의 파트를 제대로 지킬수 있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것은 사실상 매우 복잡하며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교회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음악대학 졸업생이라도 박자를 지킬 수 없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오르가니스트로 봉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회중들을 힘들게 만든다. 반주자가 수준급 오르간곡을 잘 연주하지만, 치기 쉬운 회중찬송의 박자와 리듬은 제대로 살릴 줄 모른다면, 이 사람이 과연 마음 (understanding)으로 연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성가대원이 임시표를 무시하고, 온음표를 보아도 3박자 반 밖에 지키지 못하고, 팔분음표와 십육분음표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며, 지키기 쉬운 것들도 "어렵다"는 핑계로 노래를 못한다면 마음으로 찬양한다고 보기 힘들다.

신앙심이 깊고 마음이 좋은 크리스천 음악인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휘자 (특히 합창 지휘자)들은 거의 모두가 신자이며, 활약하는 성악가들도 역시 크리스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에서 수준급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아끼지 않고 긴 시간을 바쳐서 수준급교회음악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젊은 성가대원부터 모든 교회음악인에 이르기까지 그가 아는 예술로 진심으로 봉사하는 정신과,감정과, 마음과, 이해함을 모두 가지고 전능하신 하나님께 드린다면 교회음악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사도 바울처럼 "영"과 "마음"으로 찬양하는 신자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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