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시리즈≫

15호

≪기획특강시리즈≫

교회음악가의 직책문제 (III)

홍정수 교수
장로회 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이와 같은 교육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교회음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에서 지휘자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정한 교육과정이 요구되고 있지는 않다. 보통 음악대학을 졸업하면 족한 편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지도하기에 가장 많은 지식이 요구되는 어린이 성가대의 지도자들이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음악대학을 졸업한 자의 경우에도 충분한 지도 능력이나 지식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성가대 지도를 위한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고 대부분 어떠한 특정 분야 (예를 들어 기악, 성악, 작곡 등)를 전공하여 합창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창에 관한 전문적 관심이나 연구는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한국에 종교음악과 (교회음악과)들이 있지만 이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협소한 전공분야가 요구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이들이 교회음악가로서의 직업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적합한 교육이 추진되어 오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는 점은 이미 말한바 있다. 이들 역시 졸업 후의 직업이 대개 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교직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이들에게 다른 부담까지 안겨다 주어야 하는 난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교회에서 뚜렷한 직업적 목표를 보여 줄 경우, 공부의 내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될 때에는 합창과 올갠이 교회음악 전문인들의 주된 과목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실시하는 데는 아직 전문적인 교수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교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전임 음악책임자를 찾으려면 적합한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 사람이 되면 교회에서의 일보다 사회적 활동에서 오는 명성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음악의 질이 조금 낮다는 부당한 착각 때문에 오는 것도 있겠지만 교회가 이들의 활동 환경을 잘 조성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교회에 남아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성가대 운영 방식에서 보여 준 것과는 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관심의 실현을 위한 기구의 설치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우 대개는 당회장과 성가대 지휘자의 직접적인 대화나 이를 위한 기구가 전혀 없었다. 보통 성가대 지휘자와 당회장 사이에는 성가대장이라는 직책이 있어 중계자의 역할을 하는데, 이들은 대개 장로나 집사로서 교회의 직책을 배당 받듯이 임명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 대화는 좋은 점도 많지만 오해를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성가대 지휘자의 위치를 애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휘자로부터 직접적인 책임을 면하게 했을 때 그로 말미암은 부담의 감소는 좋은 일이지만 교회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는 좋지 않은 것이다. 흔히 주보에 지휘자의 이름은 밝히면서도 책임자인 성가대장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이상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외국 교회의 주보가 음악 책임자의 이름을 밝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은 모양은 흉내를 내나 그 내용을 가져오지 못한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교회가 음악분야에 내용을 가지려고 하면 우선 이에 적합한 제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제안하자면, 교회 안에 성가원 (가칭)이라는 독립적 기구를 두는 일이다. 이 기구의 책임자는 성가대원의 투표를 거쳐 당회에서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 책임자는 곧 성가대 지휘자이다. 또한 자신이 지휘하는 성가대만을 책임지는 게 아니고 교회 모든 음악 활동의 책임자가 된다. 그래서 대학부, 청년부, 여전도회, 유년부의 모든 음악 활동을 도우며 지도한다. 그리고 책임자는 모든 성가대의 지휘자와 반주자들을 임명하고 이들을 교육시킨다. 반주자들과 지휘자들은 성가원의 구성원이 된다. 여기에서 좀 더 이상적인 것을 제안하자면, 구성원들이 가르칠 수 있게 부속 음악학교를 세우는 것이나, 한국의 현실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한국의 교육은 납부금을 내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어 교회 부속 음악학교 역시 상업화되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교회 음악의 제도를 세우고 거기에 전문적인 음악인을 두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① 한국에서 가장 큰 음악 수혜자는 교회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음악 청중의 수가 많지 않아 직업 음악인이 흔하지 않다. 이들은 교향악 단원으로 국한되어 있고 이들의 연주는 보통 월 2회 정도이다. 이에 반해 교회의 성가 연주는 예배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매주 실시되고 있다. 성가 합창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 역시 통계내기가 쉽지 않을 만큼 많으며, 청중 역시 수백만을 헤아릴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가 연주가 매우 소홀히 연주된다. 칼빈의 말을 빌면, 마음 깊숙한 곳에 말씀이 전달되게 하는 "깔대기"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음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② 교단이 운영하는 거의 모든 신학교에는 교회음악과 (종교음악과)가 있다. 이미 졸업한 사람도 많지만 지금 다니고 있는 사람의 수만 해도 몇천을 헤아린다. 물론 이들이 모두 다 교회음악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교회음악을 해보겠다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꼭 고려되어져야 한다. 교회가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큰 손실이기도 하다.

③ 특히 한국 교회는 다른 나라의 교회보다 교회음악을 위한 재정적 지원의 또다른 의무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는 유일하게 한국교회만이 찬송가 판매 수익을 가지고 그들의 교단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익금은 반드시 교회음악을 위한 육성자금으로 사용되어야 합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점이 지금까지 교회음악인들에 의해서 지적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이것을 전혀 교회음악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한 교단 운영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이 자금들이 총회의 정치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개(個)교회 음악 분야에 돌려지는 방법은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위의 세 가지의 점으로 보아 교회는 음악 성직을 세우는 일이 의무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무를 교회는 직시하지 않고 있다. 교회가 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②와③의 문제에서는 그 직접적 수혜자가 교단이라고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찬송가 수익금으로 교단을 운영하는 것은 개(個)교회가 총회 상납금을 그 만큼 덜 내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 놀라웁게도 많은 목사님들이 교회음악인의 직업화를 찬성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모색하는 교회까지 있다. 그런데도 아직 직업적 교회음악인이 없는 것은 목사님들이 교회음악인의 자격에 어떤 제한을 두고 싶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목사님들의 주장에서 그 핵심 되는 것은 대개 다음의 것이다. 즉 직업적 교회음악인은 음악뿐만 아니라 교리와 제반 신학적 문제에 있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얼핏 매우 타당하게 들리나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것이 곧 드러난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의 뒤에는 항간에 나도는 "음악목사"라는 명칭이 주는 연상의 결과로서 음악인에게 신학적으로 거의 목사직과 동등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입장에서, 음악대학을 나오고 신학교를 나온 사람이 목사를 택하지 않고 "음악목사"라는, 아직 있어 보지도 못하고 당회장도 될 수 없는 직을 맡으려고 할 것인가? 그리고 음악, 신학의 양면적 수업은 양쪽 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삼류 목사와 삼류 음악가를 기르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어느 누가 목사님들에게 찬송가와 성가에 대해 잘 알고 난 후 목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겠는가? 그런데 바로 이런 무리한 주장을 음악인들에게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회의 음악 책임자가 되려면 신학적인 면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면에 대해 목회자와 같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교회음악 책임자를 "영원한 부목사"정도로 생각하면 음악 성직을 현실화시키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에서처럼 음악 성직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음악목사"라는 용어는 "목사"라는 명칭이 주는 연상 작용 때문에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 대신 "성가장"또는 "찬양장"등의 적당한 용어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도 경멸적으로 쓰인 일이 있는 칸토르라는 명칭을 쓰고 싶지 않아 1930년에 "교회음악가 (Kirchenmusiker)"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으나 용어가 생소함으로 인해 통용되지 못하였다. 이런 점으로 보다 너무 직책자체를 표시하는 사무적 명칭 역시 부적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교회음악가"와 같은 경우 이를 호칭으로 쓸 수 없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1981년에 장로회 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와 연세대 종교음악과가 공동 주최한 교회음악세미나에서 행해진 강연내용으로서, 현 교회의 상황과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뜻이 지금의 교회현실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판단되어 약간의 수정을 거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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