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교실3

15호

교회음악교실5

바르게 숨쉬기 (Phrasing) 2

원성희 교수
언더우드기념 한국교회음악교육원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며칠 전 예배를 드리던 중 뜻밖에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던 찬송의 템포와 프레이징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날은 찬송가 4장 (Gloria Patri)과 1장 (Doxology)외에 회중 찬송 네 장을 불렀는데 그 빠르기들이 원래의 빠르기와 약간 달랐다. 찬송가에 제시된 빠르기는 다음과 같다.

찬송 "A" "조금 빠르게 = 112"

찬송 "B" "조금 빠르게 = 100"

찬송 "C" "보통으로 = 96"

찬송 "D" "조금 빠르게 = 112"

위의 빠르기 지시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특히, 메트로놈에서 = 96과 = 100은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즉, "조금 빠르게"와 "보통으로"라는 빠르기 말은 여기서 별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날 오르가니스트의 가장 큰 실수는 찬송 "A" (원래 가장 빠르고 힘찬 찬송이 되어야 하는 곡)를 = 88정도의 "보통으로"인 템포로 전주를 매우 크게 시작하여 회중이 그 템포를 따라갈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찬송 "D"는 원래의 템포대로 잘 해주었다. 찬송 "C"도 역시 표시된 템포보다 더 느린 = 84정도로 연주했다. 찬송 "B"는 적당한 빠르기로 잘 하였다.

사실상 찬송가에 나타나는 빠르기표는 성도들에게 지침 (Guide)을 주기 위한 것이므로 정확하게 그것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찬송이나 다른 반주/노래/지휘할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곡을 전반적으로 살펴야 적당한 빠르기를 결정할 수 있다. 음악의 흐름과 텍스트의 흐름을 같이 잘 보면 바른 템포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음악인이라면 멜로디와 하모니, 그리고 텍스트를 같은 순간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겠다.

이 악보는 찬송가 26장의 9-14마디이다. 이 찬송의 영어가사에는 여러 가지 기호 (' , : 등)들이 있어서 어디서 숨을 쉬는 것이 적당한지 가르쳐 주지만, 한글로 된 가사에는 그런 기호가 전혀 없다. 따라서 문법만을 보고 어떻게 프레이징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오르가니스트는 내용은 보지 못하고 음악만을 쳤던 것 같다. 왜냐하면 "네 맘 열어" 다음에 프레이즈를 끊고 "한 소리로 기뻐 주를" 다음에 다시 끊었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주를 찬양하라"를 노래하도록 이끌어가야 할 텐데 1-4절 모두 "주를"다음에 쉬도록 회중을 인도한 셈이다. 어떤 때는 번역된 텍스트의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음악의 흐름과 함께 따져보면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멜로디만 보더라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

1. 반복형 (Repetition)

선율을 확장하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작곡법이다. 몇 개의 음표거나, 짧은 프레이즈거나 긴 프레이즈거나 상관없이 모두 반복될 수 있다. 멜로디에 이와 같은 반복이 있을 때에는 그 사이에 숨을 쉬는 것이 옳다. 몇 가지의 예를 보도록 하자.

- 찬송가 309장 ("논밭에 오곡백과")

못갖춘 마디부터 시작해서 1-4마디와 5-8마디가 완전한 반복형이며, 13-16마디는 앞부분 (13-14마디)에 변화를 주었을 뿐 15-16마디가 3-4마디, 7-8마디와 같으므로 역시 반복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1-4, 5-8, 13-16마디가 모두 한 숨으로 노래해야 하는 프레이즈임을 알수 있다.

- 찬송가 28장 ("복의 근원 강림하사")

이 찬송의 구성은 309장보다 더 단순하다. 첫째, 둘째, 넷째 단이 모두 똑같은 멜로디, 다시 말해 반복형이며, 따라서 멜로디는 "AABA"형식 (노래형식 중 하나)이 된다. 이와 같은 형식의 찬송은 12, 29, 38, 44 (약간 변경), 181, 294, 300, 314, 324, 361, 415, 441장과 같은 것이 있다. 이와 비슷한 형식은 "AABA'"과 "AA'BA"가 있는데, 그 예는 44, 47, 279이다. 그리고 "AA'BA'"형식으로는 13, 64, 74, 88, 90, 101, 112, 121, 132, 144, 177, 178, 182 ,190, 234, 251, 260, 263, 264, 308, 318 등이 있다. 여기에 "A'"란 처음에 나타나는 첫 번째 단의 멜로디인 "A"에서 단 한 개의 음이라도 변형된 것을 말한다. 만일 마지막 단이 "A'"와 약간만 다르다고 해도 "A'"가 아니라 "A²"나 "A""로 표시한다.

- 찬송가 381장 ("충성하라 죽도록")

3단으로 구성된 이 찬송의 가운뎃 단은 2마디씩의 완벽한 반복형 - 즉: "슬픔이나 괴로움이"와 "주의 사랑 못 끊으리" - 이 된다.

- 찬송가 409장 ("목마른 내 영혼")

이 복음성가의 후렴에 보면 "예수의 사랑"을 두 번 반복하며, 아랫단에도 약간 다른 음형으로 "영광의 물결에 온전히 싸여서"가 완벽한 반복형이 된다. 이와 같은 모든 경우에는 원 프레이즈와 반복형 사이에 숨을 쉬는 것이 원칙이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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