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시리즈≫

17호

≪기획특강시리즈≫

교회음악가의 직책문제 (IV)

홍정수 교수
장로회 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음악 성직을 교회에 두게 됨으로 인해 이루어질 성과는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되풀이되어 온 교회음악의 질적 공전을 막을 수 있어 예배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고 음악인을 천대했던 국가적 전통에 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며, 세계적 교회로 성장하는 한국 교회가 세계교회의 음악적 전통에 적합하게 부응하는 전기 (轉機)를 이루게 될 것이다.

교회에서 음악인을 대우하는 문제에 있어 독일을 모델 (model)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의 성가 지휘자를 위한 대우는 마치 독일의 C-음악가를 대우하는 것과 같다. 작은 교회는 지금과 같은 제도로 남아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800명 정도의 장년 신도를 갖고 있는 교회는 독일의 B-음악가에 상당하는 직업 음악인을 두어 고등학교 교사 정도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음악인이 교회에 남아 앞으로 한국 음악 활동의 면모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것이 교회음악을 생각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의 당면 과제로 삼게 되어야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고 A-음악가 정도의 자리로 마련해 가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대우를 대학 교수에 준 한다면 이상적이 될 것이다. 한국의 대형 교회들은 이것을 감당해 낼 충분한 능력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A-음악가를 여러 교회가 세울 때에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을 우리는 상상해 볼 수 있다. 즉 교회는 찬양에 적합한 아름다운 음악을 교회의 활력적 요소로 갖게 되며, 성가대원의 관리를 음악 책임자가 맡음으로 목사님들의 업무를 가볍게 할 수 있고, 이들의 대우가 일반 음악가들 보다 동등 내지는 월등함으로 교회음악인의 사회적 지휘가 높아지며, 이에 따라 음악대학을 지원하는 자들의 학과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A, B, C의 수준을 규정하는 기관이 어느 곳인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 교단, 교회 등은 이를 규정하는 곳으로 모두 부적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마다 질적 차이가 심하고 교단은 큰 기구라고 하지만 사실상 힘이 없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음악가들이 연합하여 일을 한다고 해도 이의 재정적 뒷받침, 구성원의 자질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룩되어진 연합체가 어떠한 힘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교회가 이를 인정해 주지 않거나 무관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의 구성은 질적 향상을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직업적 교회음악가를 세우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 이의 주도적 역할은 역시 큰 교회이다. 한국의 큰 교회들은 대부분 주일날 몇 차례에 걸쳐 예배를 드린다. 이 경우 설교자는 바뀌지 않으나 성가대와 지휘자는 매회 바뀐다. 또한 중·고등부, 주일학교 등은 별도의 지휘자를 두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각 성가대의 수준이 제각기 다른 것은 물론이거니와 성가대끼리의 질시 (嫉視)로 인하여 교회의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니다. 지휘자들의 경우를 보면, 그들은 교회에서의 부분적 활동 때문에 교회와의 연대감이 별로 강하지 못하다. 주말에만 잠깐 교회음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음악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들은 한 사람의 지휘자를 두어 모든 성가대를 관할하게 할 경우 크게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보면, 삼부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의 경우 모든 예배의 성가대들이 한 사람의 지휘자에 의해 통솔될 때 다음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모든 성가대의 수준이 같아진다. 둘째, 성가대 연습에 소요되는 시간을 여유있게 가질 수 있다. 이 때에 지휘자는 주 삼일간의 시간을 통해 단순히 성가대와 "맞추어 보는"정도로 그치지 않고 개별적인 지도까지도 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지휘자는 성인 성가대뿐만 아니라 대학부, 중·고등부, 유년 부의 성가대까지 지도함으로 인해 교회 성가대의 질적 향상은 물론이며, 성가대와 성가대 사이에 발생되는 마찰도 없이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성가대를 혼자 지도할 경우, 약간의 시간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삼부제 예배가 연속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휘자가 예배의 끝송영까지 인도할 경우 다음 예배를 맡은 성가대를 연습시킬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은 다음의 형태로 해결할 수가 있다. 즉 지휘자는 본 찬양만 인도하고 곧장 다음 성가대의 연습을 위해 연습실로 옮겨가고 끝송영은 성가대만 남아서 하게 한다. 이렇게 실시될 때 지휘자는 결국 맨 마지막 예배만 끝까지 참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막대한 업무량을 지휘자에게 안겨 주나 목회자들도 꼭 같은 부담을 잘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의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교회가 큰 경제적 부담없이 이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세 사람에게 나누어 진 보수를 한 사람 앞으로 돌리면 많은 교회들이 고등학교 교사 (지휘자 중 고등학교 교사가 단연 많다)의 봉급 이상을 지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맺는 말

음악을 중요시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아는 데에는 언어적 천명 (闡明)만 가지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는 음악에 관해 언급하신 일이 없다. 그러나 공자는 음악의 중요성에 관해 여러 번 강조했다. (禮記). 그렇다고 유교의 음악이 기독교의 음악보다 우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물론 음악이 지향해야 할 목표 설정이 다른 데에 큰 원인이 있다. 즉 유교에서는 음악의 이상적 원형인 예악 (禮樂)을 설정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음악의 타락으로 여겼다. 이러한 태도는 음악 자체를 위한 것 보다 음악이 타락하면 국가가 몰락한다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크게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교권의 음악은 영원한 원형 복귀를 그 이상과 습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서양의 개신주의 (改新主義, Neologismus)와 큰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면, 서양 음악에서는 음악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 것임이 강조된다: Ars nova, Nouve musiche, Neue Musik. 이와 같은 예들은 지극히 흔히 보는 음악사적 구분이고, 구체적으로 음악서적이나 잡지의 제목을 들면 엄청난 수에 달한다. 그래서 서양 음악은 영원한 현상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태도 이외에도 실천적 문제에 있어 동서문화권은 서로 대립적인 현상을 보여 준다. 즉, 음악가를 대우하는 사회적인 태도가 서로 다르다. 유교권에서는 음악을 언어적으로 중요시 하긴 했으나 음악가를 천시함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음악을 돕는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음악하는 사람을 천대하고서 그 사람으로부터 양질 (良質)의 음악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음악하는 일은 저주다. 축복이 될 수 없다. 교회음악의 중요성은 말하면서도 교회에 음악 성직을 두는 것을 실행하지 못한자는 유교적 전통의 전수자 (전受者)이지 기독교 전통의 수행자 (隨行者)는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회가 음악을 통해 기여한 것은 비의도적, 소극적, 우연적인 것들이었다. 한국교회는 이것들을 탈피하여 의도적이고 적극적이며 계획적인 제도를 갖추어야 할 단계를 지난 지 이미 오래다.

이 글은 1981년에 장로회 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와 연세대 종교음악과가 공동 주최한 교회음악세미나에서 행해진 강연내용으로서, 현 교회의 상황과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뜻이 지금의 교회현실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판단되어 약간의 수정을 거쳐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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