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교실3

19호

교회음악교실9

곡을 선택하는 과정2

원성희 교수
언더우드기념 한국교회음악교육원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우리 나라에는 현재 번역되어 출판된 외국성가(anthem - 교회용 합창곡)가 몇 만 곡 정도는 될 것이다. 그 외에 신작 한국 성가도 수 없이 많다. 교회용 악보를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에 들어가면 수없이 많은 종류와 숫자의 악보가 눈에 띈다. 옛날에는 한국에서 출판된 성가곡집이 너무 없어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악보가 너무 다양해서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휘자로서 자기가 맡은 성가대 수준에 알맞은 악보집을 선택했다고 할 때, 이것이 선곡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만일 그 악보에 수록된 성가곡이 50곡이 있다고 해도, 거의 일년동안 첫 곡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곡까지 순서대로 한번씩 노래하는 것이 그 때 그 때의 예배의 흐름이나 주제와 일치가 되지 못한다면 선곡을 잘 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지휘자가 그의 성가대를 위하여 성가를 잘 선택할 수 있을까?

첫째,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과, 예배를 드리는 이유를 잊으면 안 된다. 우리가 행하는 교회음악 모두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각 곡의 내용 (텍스트, 신학적인 표현)과 음악을 잘 살펴보고, 노래하고자 하는 성가가 하나님의 높으신 본성을 반영하며 찬양하는 내용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일 좋은 곡만을 선택하면 된다.

둘째, 교회력에 따라 성가를 선곡하도록 하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여러 사건들과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베풀어주신 여러 가지 은혜 등을 기념하는 교회력 (Church Year)은 매 주일 드리는 예배에 질서를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모든 예배순서, 즉 찬송이나 성경 봉독, 설교의 중심이 그리스도의 죽으심인데, 성가는「살아계신 주」라면 예배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이다. 또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 하나님의 우편에 큰 능력으로 영광 가운데 승천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에, 선택된 성가내용의 중심은 우리의 지은 죄에 대한 것이라면 예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주제별 성가합창"이나 "교회력에 의한 성가곡집"과 같은 제목·부제목으로 출판되어 있는 많은 성가곡집이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지휘자는 많은 곡을 알아야 되고 각 곡의 내용과 특징을 납득해야 되며, 교회력의 의미와 각 절기와 관계 있는 곡에 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목사님의 설교주제와 관계가 되는 성가를 선곡하면, 예배와 성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사님이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관한 말씀을 하실 때, 성가대가 보호하시고 도와주시는 크신 하나님을 찬양하게 되면 설교 말씀의 효과가 두 배나 강해진다. 예배 전에 설교의 확실한 메시지를 예상치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주제에 맞추어 성가를 준비하는 것은 교육적인 입장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특수한 목적의 예배를 드릴 때에는 선곡이 더욱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교회 창립기념예배, 예배당 봉헌예배, 임직예배, 선교사 파송예배, 목사 취임예배 등 특정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 특별한 예배는 많다. 지휘자는 이런 때 보통 때보다 회중이 더 많고 축제적인분위기이기 때문에 때에 맞는 꼭 적합한 곡을 선곡하고 싶어한다. 이런 경우에 많은 지휘자들이 헨델의 "할렐루야" 합창곡을 연주하고 싶어하지만, 곡이 어려워서 대부분의 작은 성가대에게는 부적당하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면서도 교회의 본질이나 봉사에 대한 부름의 내용을 가진 좋은 곡들이 있다. 잘 알려진 찬송가사 - 가령 "교회의 참된 터는", "시온성과 같은 교회", "너 시온아 이 소식 전파하라"나 "주 날 불러 이르소서"와 같은 것 - 로 만들어진 성가곡도 참으로 효과적일 수 있고 (곡만 좋다면) 여러 시편에 의한 곡도 - 즉 시편 8편, 19편, 24편, 33편, 47편, 48편, 65편, 84편, 100편 등 - 이런 때에는 항상 잘 어울린다. 단, 찬송의 전체적인 내용, 시편의 전체적인 내용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가 선곡을 할 때에, 좋지 않은 다음 몇 가지의 방법을 피하도록 하자.

첫째, 교회 예배시간에 "분위기에 맞추어" 고르는 일이 없도록 하자. 교회 음악으로 보다 아름다운 예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어떤 곡에 대하여 "이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골라서 예배 시간에 노래하지 않도록 하자. "참 좋으신 하나님"앞에 "그저 괜찮다"는 것은 성의 없는 것을 보여 드리는 것이다.

셋째, 아는 곡만 번갈아 이용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곡을 배우고 가르치며 폭 넓은 레퍼토리를 가지도록 하자.

위와 같은 여러 방법을 이용하면 보다 나은 선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선곡에 대해 걱정하는 여러 지휘자들에게 자신감이 생길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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