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시리즈≫

성경에 나타난 악기들에 관한 연구 (3)
-「성경 속의 예배의식에 사용된 음악과 이에 수반된 음악교육에 관한 연구」중에서-

2. 관악기

1) Chatzotzerah : '하쵸츠라'는 영어성경에서는 'trumpet' 또는 'silver trumpet'으로, 한글 성경에서는 '나팔' 또는 '은나팔'로 번역되며, 주로 종교적인 의미의 악기로 사용되며 총 29회 등장한다. 하쵸츠라는 성경의 여러 악기들 중에서 하나님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악기로써, 민수기 10: 1-10에서 하나님이 친히 악기 만드는 방법과 연주 방법과 사용방법과 연주자까지 확실하게 정해 주시고 계신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하쵸츠라의 길이는 대략 한 규빗 (cubit)에 해당하는 40-55cm이며, 취구는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큼 넓었으며, 몸통은 나팔이나 벨 (bell)모양처럼 끝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졌다고 한다.

고대 히브리의 하쵸츠라 (Chatzotzerah)

하쵸츠라는 모세 시대로부터 솔로몬 시대까지 수 백년 동안 아론의 후예인 제사장들에 의해서 연주되었다. 민수기 10: 1-10에 보면 하쵸츠라에 관한 규정이 나오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두 개의 은나팔을 만들어서 회중을 소집하거나 진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라고 명령하시며, 희락의 날과 정한 절기와 월삭 때에 번제물과 화목제물 위에서 나팔을 불라고 하신다.

그 후 하쵸츠라는 쇼파르와는 달리 언약궤의 1차 운반 때부터 사용되며, 언약궤의 2차 운반 때에도 7명의 제사장이, 언약궤 안치식 이후에 조직된 찬양대에서는 2명의 제사장이 하쵸츠라를 담당하였다. 성전에서는 일반적으로 2개 이상의 하쵸츠라를 사용하였으며, 역대하 5: 12-13의 솔로몬의 성전 봉헌식 때에는 최대규모인 120개의 하쵸츠라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악기는 역대하 29: 26-28, 에스라 3: 10에서도 사용되었고, 느헤미야 12: 35, 41의 성벽 낙헌식 때에는 7명의 제사장들이 하쵸츠라를 연주하였다. 그 후 미쉬나에 의하면, 훗날에 이르러서 단식일 (fast-day)에는 2개의 하쵸츠라는 쇼파르의 양옆에 있었고, 나팔절에는 1개만을 사용하도록 한정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시편에서는 오직 시편 98: 6에서만 나오며, 열왕기하 11: 12-14에서 요아스 왕의 즉위식에도 쓰였으며, 호세아 5: 8에서는 악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나님의 임재가 입박했음을 알리는 경고의 소리로 사용된 언급이 있다.

하쵸츠라를 부는 방법으로는 '그냥 부는 방법 (tekiah)'과 '울려서 부는 방법 (teruah)'이 있다. 첫째, '그냥 부는 방법'은 짧은 음으로 때려서 불거나 두 세 개의 음을 장식 없이 오랫동안 길게 불며, '울려서 부는 방법'의 약 3배 길이로 분다. 민수기 10장에서는 은나팔 2개를 테키아식으로 불면 온 회중이 회막 문 앞에 모여서 하나님께로 나아오고, 은나팔 1개만 불면 이스라엘의 군대조직의 상급 지휘자격인 족장들이 모여서 나왔다. 둘째, '울려서 부는 방법'은 매우 커다란 소리로 파동을 많게 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의 장식음들을 첨가해서 부는 방법이다. 민수기 10장에서는 진을 이동할 때 불었는데 첫 번째 나팔 소리에는 동편 진들이, 두 번째 나팔 소리에는 남편 진들이 진행하였다. 그리고 성전에서 드려지는 각종 예배에서 그 날의 중요성에 따라 장식음을 다르게 하여서 불었다고 한다. 미쉬나에 의하면, 울려서 불면 그냥 불 때 보다 더욱 크고 우렁찬 소리가 나며, 그러한 소리는 경각심을 일으킨다고 한다. 원래 이러한 연주기법은 성전의 예배에 사용되었던 하쵸츠라의 연주 기법이였으나,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 된 이후에는 회당에서 사용되는 쇼파르가 하쵸츠라와 동일한 기법으로 연주되었다.

히브리의 쇼파르 (Shopfar)

2) Shopfar : '쇼파르'는 영어성경에서는 'trumpet'으로, 한글 성경에서는 대부분 '나팔', '양각나팔', '양각', '각'으로 번역되었으나 역대하 15: 14에서만은 '피리'로 번역하였다. 성경에 나오는 악기들 중에서 쇼파르는 총 72회로 가장 많이 언급되며, 이스라엘인들의 민족적인 나팔로써 군사적, 종교적 행사에 백성들을 불러모을 때 사용되었으며, 성서의 악기들 중에서 아직까지도 유대의 회당에서 사용되고 있는 유일한 악기이다.

원래 쇼파르는 이삭을 대신하여서 번제물이 된 숫양을 기리는 뜻에서 오직 숫양의 길면서 끝이 말려 올라간 뿔만을 사용한다. 뿔은 뜨거운 물에 푹 담가서 곧게 편 후, 끝이 큰 쪽은 그대로 두고 끝이 작은 쪽을 잘라내서 구멍을 뚫기 때문에 뿔 자체가 그 악기의 어설픈 취구 (mouthpiece)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같이 처음에는 특별한 취구가 없었으나, 제이 성전 말기에는 '구부러진 수양의 뿔'과 '황금으로 된 취구를 가진 곧은 모양의 야생 염소의 뿔로 만든 이벡스의 뿔 (ibex horn)'의 2 종류의 쇼파르가 사용되었다. 현재는 금으로 된 취구를 가진 곧은 쇼파르를 사용하며, 단식일에는 구부러진 쇼파르에 은으로 된 취구를 부착시켜서 사용한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사용한 쇼파르는 특별한 취구가 없기 때문에 두 음 또는 세 음 정도의 소리밖에는 낼 수가 없다. 악기의 크기와 구멍의 구조에 따라 음높이가 좌우되며, 입술에서 나오는 바람의 압력을 점점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다른 소리를 냈다. 일반적으로 거의 정확한 c-g-c 음을 내며, 때로는 g-c'-c', c-f-c' 등의 음을 낼 수는 있지만, 멜로디는 연주할 수 없으며, 주로 리듬에 변화를 주어서 연주한다. 따라서 쇼파르는 음악적인 악기보다는 신호용 악기로 사용되었으며, 왕조 시대 이전에는 주로 전쟁이나 진의 행진 등을 위한 신호로 사용되었다.

쇼파르는 공식적인 예배나 각종 절기나 축일 예배의 신호용으로 사용되었다. 쇼파르는 신성한 악기로 취급하여서 예배의 선언 시간에 사용되었으며, 때로는 성전 예배의 분위기와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모든 악기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쇼파르가 공식적인 예배에 사용된 것은 사무엘하 6: 15에서 처음 사용되며, 역대상 25: 1-6의 성전 찬양대에서는 헤만과 그의 모든 아들 14명이 담당하였고, 역대하 15: 14에서 사용하였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성전에서는 안식일의 시작인 금요일 저녁과 안식일의 끝인 토요일 저녁에,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용으로 불었다고 한다. 시편 81: 3에 보면 월삭과 월망과 절일에 쇼파르를 불라고 하였고, 오늘날의 유대교에서는 각종 절기나 안식일에는 쇼파르를 분다. 특히 탈무드에 의하면, 고대 이스라엘 민간력 1월(종교력 7-월) 1일의 신년축제인 나팔절, 제 10일인 속죄일, 15-21일의 장막절에 회당에서, 그날의 임무가 끝나는 시간까지 쇼파르는 긴 음을 불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열왕기상 1: 34, 39, 41에 의하면 솔로몬의 즉위식과 같은 축일에서도 제사장과 선지자가 쇼파르를 불었다.

고대 히브리의 케렌 (Keren)

구약성경에서는 쇼파르라는 단어대신 다음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케렌(keren)'은 '나팔' 또는 '뿔', 'ram's horn' 또는 'trumpet' 또는 'cornet'으로 번역되며, 레위기 23: 24, 여호수아 6: 4, 5, 8, 9, 13, 다니엘 3: 5, 7, 10, 15에 나온다. 케렌은 소의 뿔로 만들어진 것으로 쇼파르와 비슷한 악기이다. 레위기 23: 23-24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안식일에 케렌을 불어서 기념하라고 명령하고 계시며, 여호수아 6: 5의 '제사장들이 양각 나팔을 길게 울려 불어서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에서 앞의 양각 나팔은 쇼파르이고 뒤의 나팔은 케렌으로 이 두 악기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쇼파르의 반복을 피해서 대신 케렌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케렌에 '요벨 (jobel)'이라는 수양이란 뜻의 단어가 첨가되어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단어는 출애굽기 19: 13에 단 한번 등장하며, '수양의 뿔'이라는 의미로 쇼파르를 대신하여 사용되었다. 그리고 구약성경의 쇼파르와 케렌은 희랍성서인 70인역에서는 '살핑크스 (salpinx)'로 번역되었으며, 신약성경에서는 요한계시록 1: 10, 4: 1, 8: 2, 6-10, 12, 9: 14, 18: 22에 나타난다.

하쵸츠라와 쇼파르는 대부분 함께 나타나며, 두 악기는 모두 테키아와 테투라의 연주 기법으로 불었고, 연주용보다는 신호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두 악기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쵸츠라의 음정은 쇼파르보다 높았으며, 그 음색은 쇼파르에 비해 더욱 예리하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둘째, 쇼파르는 각종 축제나 절기 행사용, 전쟁용, 신호용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나, 하쵸츠라는 주로 성전의 예전용으로 사용되었다. 셋째, 쇼파르는 제사장, 레위인, 사사, 군인 등의 폭넓은 계층이 사용하였으나, 하쵸츠라는 민수기 10: 8에서 오직 제사장들만이 사용하였으며, 더욱이 성전 시대에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담당하는 제사장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이 글은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을 필자가 줄여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