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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현대교회음악의 위험요소
하재은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성경에는 교회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구약은 성전예배의 일부분으로 레위지파의 음악체계를 설명하여 주고 음악이 주는 효과에 대한 간헐적인 언급이 있고 신약엔 회중찬송에 대한 몇 개의 언급밖에 없다. 교회사를 보더라도 교회 내 음악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가르침이나 지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교회를 중심으로, 교회 내에서 성장 발달하였다. 음악이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종교개혁 이후의 일이다. 종교개혁 이후 신교도 교회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다양한 방법의 음악사용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성서 제일주의자였던 칼빈은 성서에 근거한 시편송만 부르도록 하면서 "특별히 명시적으로 요구되지 않은 음악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루터의 지시사항은 그 반대이다. "예배에서의 음악사용은 adiaphora의 영역이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 내 음악사용에 대한 특별한 지시사항이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 내 음악사용은 "양심"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양심의 문제"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양심의 문제는 모든 사물에 대한 결정을 할 때 그 준거틀이 자기중심적이 아니라 타인중심적이 되어야 하고 개인의 유익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양심의 기본개념이다. 이러한 양심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자기경험"의 폭과 깊이를 더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행동이란 자기경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회는 교회음악에 관한 철학적·신학적 인식의 부족으로 어떤 형태의 교회음악이 성서적 가르침이나 권면에 가까운 것인지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점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교회음악 관행을 보면 잘못하면 순기능적인 요소보다 역기능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에 이를 분석하여 위험요소를 적시함으로 교회음악의 참 의미를 찾아 보려고 한다. I. 들어가는 말 독일교회의 코랄 (choral), 영국교회의 안딤 (anthem)과 더불어 미국교회가 세계에 기여한 교회음악 장르엔 복음송이 있다. 복음송은 미국교회의 대 부흥운동에서 시작되었다. Moody의 대 부흥운동이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1857년경부터 부흥집회에서 부른 찬송을 "복음찬송" (Gospel Hymn)이라고 명명하면서 Moody가 복음송의 효시가 된다. 그 이후 복음송의 시적, 음악적 특성상 복음송이 대중 속에 파고 들면서 "비록 설교가 무미건조 하였다 하더라도 음악이 회중에게 은혜를 끼친다. 가슴에 와 닿는 노래를 부르면 그런 노래는 언제나 교회를 가득차게 만든다" 라든가, "노래는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게 하는데 설교 못지 않게 영향을 준다"라는 Moody의 고백에서 보듯이 미국의 교회음악을 특징 지울 수 있는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팝 음악 증후군이 복음송을 시발로 해서 일세기가 넘도록 교회음악의 일부가 되어오면서 점진적으로 전체교회 내지는 대부분의 교회에 가장 중요한 단일 예술매체로서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복음주의 교회의 대부분의 음악이 팝 음악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와 복음의 모든 초점이 인기에 맞춰진 것이라면 음악적으로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사명은 인기에 있지 않다. 교회의 팝 음악은 세속적인 팝 음악과 똑같은 질적인 내용을 갖고 있는 음악이다. 팝 음악은 대체로 피상적 내용의 것으로 팝 음악의 리듬적, 화성적, 선율적 요소는 팝 음악의 특성인 진부함을 드러내고 있다. 항상 이러한 팝 음악이 대중적으로 사용된 후 교회로 들어오는 것은 교회의 진정한 창의성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교회가 새로운 팝 음악이 구식이 될 때까지 세속적인 것을 모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록 음악의 경우가 그렇다. 한동안 록 음악을 금지시켰고 더 나아가 죄악시했었다. 개심한 록 음악인들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록 음악 반대연설을 하고 다녔고 록 음악에 음악적 창의성이 없음을 실증적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록 음악인들의 음악은 그들이 반대하는 내용보다 훨씬 열등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록 음악이 미국교회에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교회음악 작곡가들이 대중적 스타일에 근거한 양식으로 받아들여 다소 완화시키고, 감미롭고, 감상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록 음악을 교회 고유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록 음악을 교회밖에 그대로 놓아두고 또 생긴 그대로 놓아 두는 것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팝 음악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어 미국에서는 많은 교회음악인과 교회가 팝 음악 말고 다른 음악을 쓰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기독교 신앙은 이러한 저급 음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가 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음악연구소에서 주최한 '1999 추계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