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 22호
교회음악교실12
교회반주자와 Phrasing
원성희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악기는 몇 백년 전부터 예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비록 때에 따라 예배에 악기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일도 있었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교회 악기 연주자 (instrumentalist)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에서 반주자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교회의 여건에 따라 반주자는 오르가니스트가 될 수도 있고, 피아니스트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여부와 상관없이 반주자의 직분은 매우 중요하다. 오르가니스트나 피아니스트는 자신이 혼자서 담당하는 일 - 가령 예배 시작 전 묵도를 위한 곡, 아니면 예배후의 퇴장곡, 그리고 각 찬송의 서곡 (인트로닥션)과 다른 특수 음악 - 외에도 회중 찬송을 잘 부르도록 회중을 이끌어 주어야 하고 성가를 위한 반주를 지휘자의 뜻에 맞게, 또한 헌금송을 위한 독창, 중창의 반주를 성악가의 뜻에 맞게 잘 따라가도록 해야한다.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상황으로 볼 때 다른 음악 분야보다 좋은 피아니스트와 오르가니스트를 잘 길러내고 있으므로 아마도 교회에서는 실력있는 반주자로서 열심히 봉사를 하는 분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잘 치고 신앙적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할지라도 문제가 하나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프레이징에 관한 부분이다. 오르간이나 피아노 독주곡을 제외하고는 교회에서 사용되는 예배음악은 모두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에 의한 것으로서 찬송이나 응답송, 그리고 성가가 있다. 그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찬송가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찬송은 각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음악적 요소와 가사 (시)가 결합되어 일치된 흐름을 가질 때 가장 훌륭한 연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그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어떤 반주자의 반주를 들을 때에는 찬송의 내용을 깊이 간직하듯이 반주부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매끄럽게 잘 연결되지만, 어떤 반주자는 찬송의 내용을 본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는 것처럼 음악을 안타깝게 만들어 버린다. 찬송을 반주하는 출발점은 항상 그 가사이다. 가사의 흐름을 알아야 잘 칠 수 있을 것이다. 건반을 칠 때 틀린 음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반주라고 할 수는 없다. 음높이는 음악의 여러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음이 맞는 연주를 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만큼, 음악의 리듬, 악상, 구조, 프레이징 등도 완벽하도록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 두 장의 찬송을 살펴보기로 한다.
1. 거룩, 거룩, 거룩 (찬송가 9장) 이 찬송은 16마디로 되어 있고 4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8개의 짧은 악구 (phrase)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리듬 구조 (rhythmic structure)를 살펴보면 첫 단에 2개의 악구, 둘째 단에 하나, 셋째 단에 두 개, 넷째 단에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마디수로 표현하자면 2+2+4, 2+2+4마디에 의한 6개의 악구 (16마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찬송의 리듬을 살펴볼 때 마디구성을 2+2+2+2+2+2+2+2마디로 보는 것과 2+2+4+2+2+4 마디로 보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물론 큰 차이점이 존재하게 되는데 연주할 때에는 이런 것을 프레이징이라고 말한다. 프레이징은 음악의 멜로디와 화성 진행으로 결정되며 내용을 보면 그 구성도 음악과 같이 흘러간다. 본 찬송의 1절 내용은 원본에 따라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거룩, 거룩, 거룩! 전능하신
주여! 노래할 때는 원칙적으로 코머나 느낌표, 그리고 다른 구두법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숨을 쉬어야 하지만 없다면 숨을 쉬지 않고 계속 이어서 노래해야 한다. 그렇게 노래하도록 하기 위하여 반주자는 회중을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찬송의 음악적, 문학적인 프레이즈를 검토하지 않고 느끼지 못하는 반주자가 너무나 많다. 2.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찬송가 40장) 이 찬송은 9장과 같이 4/4박자로 되어 있고 16마디로 구성되어 있지만 흐름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주박부터 시작하지 않고 못갖춘마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제 1절을 보면 이 찬송은 참 특이하게 보인다. 진행은 다음과 같다.
주 하나님! 따라서 마디에 따라오는 리듬 구성은 1+3+1+3+1+2+1+1+1+2+1+1 마디이다. (악보를 보면 완전한 한 개의 마디에 의해 구성되지 않은 것도 있다.) 분명히 우리가 "주님의 높" 다음에 숨을 쉬면 안되기 때문에 원시의 흐름에 약간 위배되더라도 시작되는 "1+3" 마디 구성을 매끄럽게 하기 위하여서 반주자가 얼마나 계획성 있게 반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반주할 때의 셈여림 문제이다. 찬송가 40장의 제 2절의 둘째 단을 노래한다고 할 경우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를 내용에 적절하게 건반을 조용히 치면 음악적으로 얼마나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인가? 제 3절의 시작은 하나님께서 그의 크신 은혜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뜻이므로 고요히 반주하는 것이 적당한데도 오르간이나 피아노를 더욱 크게 치는 반주자가 의외로 많다. 하나님의 귀하신
이름을 높이기 위하여 교회에서 반주자로서 봉사하고 계시며, 또 봉사하고자
하는 여러분! 찬송이나 성가를 반주할 때에는 가사의 내용, 가사의 표현,
가사의 흐름을 꼭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새겨 음악의 기술자이기보다
참된 음악의 예술가가 되어 음악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귀한 직분을 담당하시기를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