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시리즈≫

23호

≪특강≫ 현대교회음악의 위험요소 II

하재은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이와 같이 왜곡된 현상은 미국의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계속 그런 음악만 교회에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저급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어떤 것이 훌륭한 교회음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대중 뮤지컬(Folk Musical) 작곡가가 한 교파의 교회음악 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그렇게 훌륭한 음악이 아니다. 우리의 음악은 먹혀든다. 결과를 가져다주는 그런 음악이다. 그러나... 우리는 훌륭한 음악, 젊은 사람들이 연주하여야 할 훌륭한 음악이 있음을 알고 있다. (Routley, Sacred and Profane, p. 139).

위의 고백에서 보듯이 젊은이들이 연주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할 훌륭한 음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교회는 팝 스타일 경향의 교회음악으로 자리매김을 했고, 한국의 교회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고 궤도 수정을 해야 바람직한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교회음악은 아직은 세속적 팝 음악 증후군에 깊이 빠져든 중증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회는 그러한 영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언제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될런지는 시간 문제이다. 지금 미국의 교회는 교회음악의 세속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어느 신학교의 합창단은 팝 스타일의 음악만을 고집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런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합창단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 봄에 보수적 신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교단의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적이 있다. 제단위에 스테이지 밴드에서나 볼 수 있는 악기들, 신디사이저, 전자기타, 여러 종류의 드럼, 심발, 탬버린 등을 준비해 놓고 전자 음향장치로 소리를 확대하여 약 30분동안 알 수도 없는 팝 스타일의 노래들을 부르는데, 그것도 일어서서 몸 동작과 함께 손뼉을 치며 부르는 찬송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조명도 어둡게 한 예배당 안이, 부르는 노래의 내용이 기독교적이지 않았다면, 어느 나이트 클럽에 간 기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교회도 건전한 복음정신에 입각한 교회음악 신학관이 바로 서지 않으면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교회처럼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교회음악의 다양성은 세속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적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표현방법의 다변화를 추구하는데 있다.

II. 심미주의(審美主義)

일반적으로 교회음악인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간에 교회 내에서 사용할 음악 프로그램을 철학의 두 분야인 심미주의와 실용주의에 근거해 결정한다. 심미주의는 음악에서 발견되는 기술적 특성에 관심을 갖는 철학분야로 기술적 특성이 음악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를 또한 교회음악의 가치로 보는 견해이다. 심미주의는 철두철미 교회음악을 예술로 보며 교회음악의 목적은 오로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적(美的) 가치에 주의를 집중함으로 작곡자나 청취자 모두 전능하신 하나님 예배에 필요한 예술성의 질(質)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음악의 철학적 근거로서의 심미주의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미학적 분석은 음악이론과 마찬가지로 이미 이루어진 사실을 근거로 그 다음에 오는 작업이다. 예술성이란 이미 만들어진 창작품이 기존 이론적 법칙에 따라 창작된 것이냐라는 틀 속에 가두어 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적 통찰력은 하나의 지표로서 가치가 있고 어느 특정 체계에 따라 음악의 질을 점검하는데 유용하기는 하지만 교회에서 음악관리를 위해 형식에 얽매이는 규칙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교회음악이 왕성해지려면 이와 같은 형식에 얽매이는 규칙주의를 초월하는 철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둘째로, 미학이론을 살펴보면 미학은 철학의 한 분야로서 기존 사상체계 내에서 아름다움(美)을 설명하는 것이 주 관심사이다. 예술은 세계적 실재의 일부분이며 철학자는 자신의 체계속에 이를 포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의 분석을 통해 예술가치에 대한 인간의 감수성이 높아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많은 철학자들도 예술에 대해 별로 고매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론적으로 사용된 미학은 음악적 취향의 개선을 보장할 수가 없고 따라서 음악적 성장과 성숙을 장려하는데 아무런 교육적 가치도 갖지 못한다.

심미주의의 세 번째 문제는 예술숭배의 위험성이다. 잘못하면 사람이 음악적 미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예술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음악이 그 어떤 경쟁상대도 용납않게 된다. Charles T. Smith는 그의 저서 「음악과 이성」(Music and Reason)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pp. 151-152).

교회는 마치 극장과 같다. 예배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환상의 세계에 들어감을 의식하거나, 종교의 신조와 의식 (儀式)이 논리적으로 개발된 것 같이 보이는 그 정도에 따라 지성을 만족시키는 진짜같은 세계에 들어감을 의식하게 되는 것은 종교란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종교가 엄청난 교리에 근거할 수도 있으나 종교가 경쟁력 있는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아주 건전한 모습을 갖는다면 - 이는 일반적으로 화려한 의식을 갖고 있는 제도적 종교의 경우로서 - 거대한 연극과 같은 것이다... 종교는 사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신학 체계가 Charles Singer 박사의 말처럼 "자동차와 같이 인간 천재성의 산물"인 것이다.

교회음악철학의 기초를 미학적인 것에 둔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하나님의 자리에 대신 앉히는 모험을 초래하거나, 하나님이 아니라면 하나님과 대등하게 취급하거나, 아니면 하나님 이해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할 위험이 따른다. 하나님의 존재를 논하는데 미적 경험 평가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예술을 숭배하는 자리로까지 격상시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창조주를 경배하는 것이지 창조물을 경배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경배의 대상이지 아름다움이 아니란 말이다.

심미주의의 위험성은 분명하다. 작게는 심미주의의 불투명하고 분석적인 수동성(受動性)이 창의적 역동성에 보탬이 되지 않고, 크게는 심미주의가 우상화될 수 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음악연구소에서 주최한 '1999 추계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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