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교실3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다. 교회음악 세미나에 참석하였는데 발표자가 한국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당시에 교회에서 사용하였던 음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발표 도중 미리 계획된 대로 매우 예쁘게 생긴 학생 하나가 무대에 입장해서 그 음악을 바이올린으로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 젊은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과 음색 (tone)은 좋았지만 음악 자체는 아무 뜻도 없었다. 음악의 형식이나 이론적인 구성을 하나도 전달하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뚜렷하고 간단하다. 무반주로 연주하였는데 그 선율은 (나중에 알고 보니) 옛날의 찬송이었다. 그러나 그 연주자는 첫 음부터 마지막 음까지 그의 활을 현에서 한 번도 떼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그 연주는 여러 음을 연결해서 16마디 동안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었을 뿐 음악은 되지 못하였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것인가?

음악이라는 예술을 사람들에게 말로 소개할 때에는 3가지의 요소, 즉 멜로디, 하모니,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그 3개의 요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프레이징이다. 그 연주자의 문제는 프레이징을 지키지 못한 것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기악곡의 악보를 보면 연주를 위해

의 기호로 프레이즈의 길이를 보여준다. 연주자는 그 한 프레이즈 안의 모든 음을 이어서 연주한 다음 그 기호의 끝에서 잠시 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찬송은 특별한 프레이즈 기호가 없다는 것이 다른 음악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에서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등 기악 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할 때에 찬송을 택하여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찬송을 잘 연주하기 위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멜로디를 틀리지 않게 하고, 리듬도 찬송가에 나타나는 대로 어김없이 살려 주어야 되지만 무엇보다 그 찬송의 흐름을 살려야 한다. 그렇게 하는 독주자들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찬송을 잘 연주하기 위한다면 뜨거운 신앙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찬송은 음악 외에도 문학적인 면과 신학적인 면이 있다. 따라서 찬송을 악기로 연주할 때에 가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얼마나 많이 아쉬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가? 그런 점을 없애기 위해 악기를 들고 있는 모든 기독교 연주자들은 찬송의 내용뿐만 아니라 찬송의 표현 및 문법까지도 (성악가처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 때가 가장 즐겁다.
이 세상 근심·걱정에
얽매인 나를 부르사
내 진정 소원 주 앞에
낱낱이 바로 아뢰어
큰 불행 당해 슬플 때
나 위로 받게 하시네

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매우 간단한 음악적 표현을 가지는 이 복음성가를 멜로디가 예쁘기 때문에 여러 번 독주곡으로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가사를 영어 본문으로 살펴보면

로 되어 있다. 위에서 보면 첫 행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것이므로 두 번 다 쉬어야 되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와 멜로디 진행을 보면 "그시간" 다음에 꼭 쉬어야 한다. 내림 라장조의 근음부터 시작해서 한 옥타브에 걸쳐 음계로 올라간 뒤 멜로디가 단 3도로 내려서 내림 나음이 나오는 곳에서 새로운 프레이즈가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482장의 첫 단은 한 개의 프레이즈로 되어 있다기보다 두 개의 프레이즈로 되어 있으며, 둘째 단도 그와 동일하고 완전한 마침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끝에 쉬어야 한다.

특히 관악기 연주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호흡이 허락되는 한 선율을 길게 끌어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주는 그만큼 단순하고 쉬운 것이 아니다. 근래에는 찬송뿐만 아니라 성악곡을 많이 편곡하여 관악기나 현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프레이징 문제" 즉, 원 가사의 표현에 맞게 적당한 곳에서 숨쉬는 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예로서 Fauré의 "Après un rêve" 나 여러 오페라 아리아) 성악가에게만이라도 만족을 줄 수 없다.

젊은 기악 연주자들이 찬송뿐 아니라 다른 성악곡을 잘 연주하려고 한다면 자기의 감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그 곡의 화성적·멜로디적 흐름을 느끼면서 원 가사의 흐름과 문법에 따라 적절하게 연주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는 시기가 이르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