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호 26호
≪특강≫ 현대교회음악의 위험요소 V
하재은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3. 미숙 - 팝 음악의 결과
종교적 팝 음악은 영적인 미숙을 낳는다. 종교적 팝 음악의 음악과 가사는 교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교회의 근본사명을 방해한다. 팝 음악은 성숙한 음악이 아니라 쉽게 없어지는 즉각적인 음악만족 유형의 음악이다. 기독교적 성장의 매체로 팝 음악을 사용하려는 것은 좋게 보아서 유치한 생각이고 나쁘게 보면 파괴적이다. 복음성가 음악인, CCM 음악인, 또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는 성가대 지휘자들이 진지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견고하지 못한 모래땅과 같은 팝 장르에 근거한 음악적 표현은 교인 개개인과 교회 전체의 영성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팝 음악은 쾌락적이고 음악적 쾌락주의는 강력한 영성을 만드는데 적합한 것이 못된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어떤 믿음을 갖는다고 해도 음악적 미성숙은 기독교적인 성숙함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교회음악에 파고드는 쾌락주의는 여러 가지 표현에서 나타나다. 예를 들면, 회중 찬송이 아주 단순하고, 진부하고, 타성적으로 흐를 때가 많다. 음악적인 깊이가 없다. 특수 교회와 사이비 교회단체, 여러 갱신운동 단체들에 의해 널리 퍼진 코러스 노래부르기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노래 부르기가 적합한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노래부르기는 여러 교회들로 하여금 찬송가 부르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관행이 어떤 교회에서는 습관화되어 깊이 있는 음악과 가사를 혐오하고 발랄하고, 반복적이며,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여 마치 파티장에 온 것처럼 노래부르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 마음속에 기쁨 있네, 기쁨 있네, 기쁨 있네, 내 마음속에 기쁨있네"를 여러번 반복해서 부르면 이러한 노래부르기는 진부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 자체를 진부하게 만들어 이단적이 될 염려마저 있다. 이러한 노래는 첫째로, 전적으로 개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둘째로, 감정이 준거틀이 된다. 그러나 예배에선 하나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감정이 아닌 신앙이 기독교인이 사용하는 준거틀이 되어야 한다. 감정에 근거한 신앙은 결코 신앙이 아니다. 이러한 노래는 부르기 재미있고 기분좋게 만들지만 예배와 기독교적 삶에 미치는 효과는 파괴적이다.
4. 예배의 연예성
우리의 현대문화는 자동적으로 음악인을 연예인으로 여기는데 이러한 생각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속적인 직업분류를 보면 음악인을 통상적으로 예능범주에 집어넣는다. 많은 음악인들, 특히 팝 음악계의 사람들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음악은 종합적으로 연예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교회음악인은 종교직임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불행히도 음악사역이 아무리 종교적인 것이라고 믿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에겐 종교적인 놀이 정도로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교회음악 지도자가 회중이 좋아하는 음악, 감정적으로 만족시켜주고 머리 쓸 필요 없는 대중음악 스타일의 음악만을 선택한다면 그런 음악 사역은 예능적인 오락이 되어버린다. 교회음악이 이성적인 면보다 음악적 감상주의에 치우치게 되면 예배음악이 이런 목적에 사용되어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교인들이 즐기는 오락의 타당성을 여기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배음악이 예능 음악처럼 되도록 만드는 함정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음악의 이성적인 면보다 감상주의에 치우치게 되면 교회음악은 예능적 오락이 되어버린다. 다시 말하면 감상적이고, 달콤하고, 창조적이지 못한 음악이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하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음악은 일방적으로 너무 쉽게 즐길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에 개인적으로 빠져드는 그러한 깊이를 청취자에게 전혀 주지 않는다. 예능 음악엔 엄격한 훈련이 상대적으로 없기 때문에 복음의 상징적 표현에 적격이지 못하다. 이러한 음악은 의도적으로 미숙하다. 놀랍게도 많은 목사와 회중과 교회음악인들이 종교적 대중음악이 오락적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CCM이 오락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오락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CCM의 본질이 그렇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음악을 쓰는 것이 보다 적절하며 또 사람들이 음악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교회음악인보다 세속음악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나이트클럽의 악사들은 댄스음악, 가벼운 음악, 자제력을 잃게 만드는 음악, 감각을 잃게 만드는 음악 등 주어진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런 음악을 연주한다. 그런데 교회음악인들은 교회음악의 스타일이 기능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교회음악은 예배와 무관한 기능과 쉽게 혼동되는 그런 스타일의 음악과 혼합되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그들 문화의 경향을 따르기를 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조를 맞추기 원한다. 교인들의 자세가 즐겨야 한다는 것이어서 하나님을 찬양하는데도 자신들이 즐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배에서 성숙하지 못한 음악을 조장한다면 교회의 영적 성장은 퇴보한다.
5. 상대주의는 전염성이 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음악에 관해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상대주의가 우리 교회음악의 가치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에게 주어진 명령은 최고의 것을 하나님께 바치라는 것으로 최상의 것이 아닌 것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고의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의 판단에 관한 철학적 사고의 오해에 기인한다. 모든 음악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세계관, 즉 A라는 음악과 B라는 음악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그런 관념이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만일 모든 음악이 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어떤 음악을 선택할 것인가의 유일한 기준은 개인적 취향에 달려있다.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미학적 상대주의는 교회의 뿌리가 되는 유신론에 위배되는 것이다. 일시적 기분에 따라 음악을 선택한다면 선택의 기준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렇다면 윤리, 도덕, 청지기직도 왜 똑같은 방법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상대주의자의 의견을 다시 들어보자. 어떤 법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취향과 문화적 표준을 초월하는" 탁월성의 기준은 있다라는 태도이다. 이러한 주장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 주장이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학적 절대성을 무시하는 것은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기독교적 가치체계를 파괴하도록 부추기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말이다. 음악적 상대주의의 놀라운 점은 마치 암처럼 빨리 퍼진다는 것이다. 부지부식간에 삶에 적용되는 신앙의 유대감이 파괴된다. 의식적으로 한 쪽에 한 기준을 적용하고 다른 쪽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분법적인 삶을 살거나 아니면 아무런 기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상대주의자의 일관성은 모든 절대치를 무시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살길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태도나 입장은 우리가 온전한 기독교인이 되는 길에 장애가 된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음악연구소에서 주최한 '1999 추계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