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시리즈≫

27호

≪특강≫ 현대교회음악의 위험요소 VI

하재은
연세대학교 작곡과 교수

6. 예배의 실용주의

예배에서 자기중심적인 것의 하나가 실용주의이다. 실용주의는 하나의 철학으로서 절대적 진리를 배제하고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자신이 진리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다. 가치가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실용주의자에게 과정이란 원칙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결과가 과정을 결정한다. 효력이 있으면 사용하라는 태도이다. 미리 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방법을 정당화시켜 준다. 이러한 방법론이 무원칙한 것은 절대적 준거틀 중심의 상실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방법은 다 좋다는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의 약점은 목적달성에 사용된 방법을 제대로 사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용주의자들은 방법이란 비도덕적인 것이라 믿으며 어떤 것을 이루는 데 어떤 윤리적 방법을 취하느냐라는 생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방법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는 강한 의지가 없다. 실용주의자에 의하면 방법의 정당성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달려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목적지향적이기 보다는 과정지향적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신앙은 올바른 행동과 동떨어진 그러한 믿음이 아니다.

참 신앙은 올바른 행동과 관련된 역동적인 것이다. 선한 행함이 없는 신앙은 죽은 것이다. 방법은 반드시 성서적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 우상숭배

문화의 집합적 세계관의 표시는 한가지, 즉 자신의 극대화를 나타낸다. 주관주의, 쾌락주의, 상대주의, 실용주의는 모두 "나"라고 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예배에서의 이러한 생각은 상상력을 죽인다. 예배는 신자들이 모두 자신을 비우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내세우는 큰 죄, 즉 자기 중심적인 것과 교만이 우리의 예배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험스러운 일이다. 주관적, 쾌락적, 실용적, 상대적 관행을 일삼는 예배는 창조주가 아닌 피조물에 더 집중한다.

우리의 예배를 구성하는 방법과 자료가 예배자를 즐겁게 하려고 선택된 것이라면 우리는 "내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첫 계명을 어긴 것이 된다.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려는 의도의 예배는 사람들을 향한 활동이다. 말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지만 행동은 개인적인 즐거움을 지향하는 이기적인 것으로 이율배반적일 뿐 아니라 개인이 우상숭배적으로 예배의 중심이 된다.

회중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음악을 사용하는 예배, 회중의 선호도에 의해서 선정한 음악을 사용하는 예배가 예배자를 보다 미숙하게 만들 위험의 소지가 있는 것은 자기 만족이 그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예배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자기의 중심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방법이 된다.

예배가 모든 예배자에게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포괄적인 주장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의 위엄과 자비로 우리의 자격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도우신다. 요점은 나 자신을 앞세우는 음악은 우리를 그릇된 방향, 영적 성장의 반대방향으로 인도한다. 나 자신만을 귀하게 여기는 오래된 경향은 우리의 예배를 상당히 무력화시켰다. 우리가 21세기에 들어와서 건강한 유신론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이러한 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 자신을 예배에서 중심에 놓고 야훼께 예배드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예배에서는 음악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자신을 죽이는 것이 필요하다.

V. 방법론

팝 스타일 교회음악의 영향으로 개심도 하고, 헌신적이 되기도 하고, 복을 받았다고 하는 많은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결국 팝 음악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팝 음악 사용의 타당성이 증명된 셈이 아닌가? 인간의 원죄로 인해 인간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에게 합당한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면 밀물처럼 밀려오는 팝 음악에 반대할 이유가 무엇인가? 인간이 본질적으로 하나님에게 합당한 일을 할 수 없다면, 팝 음악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볍고 즐겁게 해주는 음악으로, 팝 음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팝 음악의 사용을 반대하여야 하나?

이러한 질문들은 교회에서 팝 음악 사용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실용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생각은 사람을 믿게 만들거나 하나님 중심적으로 생각하도록 확실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무엇이 되었건 좋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결과가 방법을 지배한다면 종교를 포함한 모든 문화는 성서적 원칙보다는 인간의 타락한 모습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으로 현재 이와 같은 상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자손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 하나님이 모세로 하여금 바위에 명하여 물을 내도록 하라고 하셨다. 이유야 어떻든 모세는 하나님의 지시를 어기고 자기가 갖고있던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쳤다. 물은 솟구쳤고 모세는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가롯 유다의 예를 들어보자. 그의 배반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만들었고 따라서 인류구원의 위업을 가능하게 하였지만, 비록 유다가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방법론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하나님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으셨는가.

하나님은 절대자이시다.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영광되게 하고 자신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무엇이든 사용하실 수 있다. 모세의 불복종, 욥의 고통, 유다의 배신까지도 쓰신다. 하나님은 인간이 바치는 것은 무엇이든, 비록 그것이 아무리 적은 것이라 하더라도 사용하실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 행위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도 바울은 로마의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충만함을 느끼기 위해 죄를 지으면서 살라고 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금하신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하고 결과가 있던 없던 간에 자신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모세는 자신의 불복종으로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했고 유다는 목매어 죽었다. 하나님의 절대자 되신 것이 인간의 바른 행동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하나님은 방법론에 무관심하시다는 생각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방법론에 구애받지 않으실 뿐이다. 하나님이 방법론에 구애받으시면 그는 하나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무엇이 "효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어느 특정 방법이나 관행을 타당화시킨다기 보다는 하나님의 절대성에 대한 도전과 인간이 하나님께 바치는 것을 하나님이 받아 사용하시는 것에 대한 언급이 되는 것이다.

좋은 방법론은 자신의 하는 일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인식하는 기독교인의 행동이다. 올바른 방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이 성서적 계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따라 제대로 복종하고 있느냐의 징표가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책인 성서는 우리에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성서의 원칙은 우리의 삶 속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음악 속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방법론은 우리가 이루기를 바라는 그러한 질적인 내용, 다시 말해서, 소리치며 다니는 음악적 행상이나 음악적 꾀임에 반대되는 복음을 위한 정직하고 좋은 교감적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방법론은 하나님 앞에서 정당하고 복종하는 모습의 징표가 되어야 한다. 복음의 원칙은 음악적인 면에서 세상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복음 원칙에 입각한 음악적인 정수(精髓)로 변화되어야 한다. 방법은 사람의 손에 달려있으나 결과는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교회지도자와 음악인들은 모세가 했던 대로라도 자신의 방법에 대해 하나님께 답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복음의 증거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Calvin Johanson은 그의 저서「음악과 사역」(Music & Ministry)에서 "팝 음악은 복음에 위배되며 따라서 목회적 음악사역에 필요치 않은 음악"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p. 59)

VI. 맺는 말

믿을 수 있는 효과적인 음악철학의 필요성, 즉 철학관 정립의 불가피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심미주의와 실용주의 거부 필요성을 논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적시하여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판단의 근거가 되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교회음악에 관해 도움이 되는 질문은 교회의 분명한 태도, 다시 말해서 성서에 계시된 진리에 충실한 그런 태도에 근거해서 기초가 세워져야 한다. Erick Routley는 신학원리 속에 나타난 성서적 진리가 교회음악의 문제점들을 제기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서적 진리는 모든 경우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학이 우리 가치체계의 기초가 되려면 교회음악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말하거니와 우상숭배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법론 역시 우상 숭배적이어서는 안된다. 방법이 신학적 전제 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지도자들이 성공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예술성, 영성, 방법론간에 갈등이 있어서도 안 된다. 기독교적 가르침은 어느 하나의 덕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덕목의 균형 있는 조화를 강조한다. 자기의 주장이나 방법론에 유리한 성서적 내용을 교회음악 철학의 근거로 삼는 것은 보편타당성이 결여된 궤변으로 진정한 교회음악사역 정신에도 위배되는 위험한 행위로 모든 교회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음악연구소에서 주최한 '1999 추계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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