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교실3

27호

교회음악교실17

음악사의 시대별로 본 템포 지키기 <1>
바로크 시대

원성희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현대의 악보에서 곡을 어떠한 빠르기로 연주하면 적당할 것인지를 나타낼 때는, 거의 예외없이 빠르기표와 함께 박자 측정기 (metronome)에 따른 수치를 표시한다. 찬송가를 볼 때도 각 찬송악보의 좌측상단에 국어로 표현하는 빠르기말 - "보통으로", "조금 빠르게", "느리게" 등 - 과 함께 "??= 88 ", "?? = 106 ", "?? = 52 " 등 메트로놈과 관계되는 표시를 흔히 볼 수 있다.

사실상, 찬송가에서 빠르기표가 붙은 곡은 현대곡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편집부, 편집자에 의한 표시이다. 메트로놈은 19세기 초부터 내려온 기계인데, 케이터 (Cater), 윙켈 (Winkle) 과 마엘젤 (Johann Nepomuk Maelzel, 1770-1838) 에 의해 발전해서 1815년부터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이전의 작곡가들의 작품에는 "??= 88 "과 같은 표시가 있을 수 없었다. 명작곡가들 중에 메트로놈 표시를 이용한 최초의 사람은 바로 고전시대의 대표자인 베토벤이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전 시대의 템포는 어떻게 표시했을가? 연주자는 어떻게 작곡자가 의도하는 빠르기대로 연주할 수 있었을까?

르네상스 시대 (14-16세기) 에는 음악의 빠르기를 그 음악의 형식과 분위기가 결정하였는데 (춤의 여러 형식이 뚜렷이 구별되었으므로), 그 이후 초기바로크시대부터는 "시간 - 단어 (time-words)" 가 발전하게 되었다. 이것은 불확실하긴 하지만 기분과 분위기 (mood)에 따라 작곡가가 그 단어에서 느끼는 바대로 템포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바로크 시대에 시간 -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즉, adagio (여유있게), allegro (명랑하게), lento (느리게), presto (빠르게)이다. 이 가운데 adagio 와 allegro는 기분을 직접적으로, 빠르기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지만, lento와 presto 는 빠르기를 직접적으로, 기분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특별히, 이 시대의 시간 - 단어는 일반적으로 빠르기보다 기분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되겠다. 무엇보다도 비교적 느린 악장은 너무나 느리지 않게, 비교적 빠른 악장은 너무나 빠르지 않도록 연주해야 할 것이다.

교회에서 활약한 후기 바로크 작곡가인 비발디나, 텔레만, 헨델, J. S. 바하의 음악을 보면 어느 정도 정확한 빠르기표 및 메트로놈의 표시를 찾을 수 있는데, 위에 언급한 이유 때문에 작곡가가 아닌 편집자에 의한 표시이므로 [ ] 안에 나타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이런 작곡가의 악보 위에 [Allegro M.M. = 116] 와 같은 표기가 있으면, 그것은 편집자의 의도에 의한 것인 줄 알 수 있고 작곡가가 스스로 기입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주로 편안한 템포로 연주하게 되어 있다. 거의 모든 음악이 맥박의 빠르기 즉, 66-74정도에 맞추어져 있다. 바로크 시대 합창음악이나 기악음악 가운데 어떤 곡을 보면 한 마디 한 마디에 짧은 음이 많이 있다는 것이 눈에 띄지만 매우 빠르게 연주할 필요는 없고 66-74의 빠르기 안에서 연주하면 된다.

예를 들어 J.S. 바하의 「마그니피카트」 (「마리아의 찬가」, 눅 1: 46-55)를 살펴보자. 이 곡은 먼저 1723년에 E^♭장조의 12악장으로 작곡되고 연주되다가, 성탄절에 사용하기 위해 4곡 (성탄의 의미를 담은 가사)을 삽입한 후 전체 16악장을 D장조로 이조하고 트럼펫 3개를 첨가하여 매우 화려한 곡을 만들었다 (1728년-1730년 사이). 이 16곡을 보면 빠르기표가 있는 곡은 제 4곡 (소프라노 독창 "Quia respexit (주 날 돌보사)"가 adagio로 된 것 뿐이며, 여기에 나타나는 이유는 아마도 "Vom Himmel hoch (저 높은 곳 하늘에서)"의 기쁨을 표현하는 움직임과 5성부 합창 "Omnes generationes (영원 세세 무궁토록)"의 열정적인 음악 사이에 더 편안한 분위기를 제시하려고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 뚜렷한 빠르기 지시가 거의 없긴 하지만, 박자표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기분을 일으키게 된다. 이 곡의 박자변화를 살펴보면 3/4→3/8→2/2→4/4→4/4→4/4→3/4→12/8→4/4→4/4→3/4→4/4→12/8→3/4→2/2→4/4(3/4) 박자의 순서로 되어 있는 줄 알 수 있다. 변화를 주는 또 다른 방법은 음악의 texture를 이용하는 것이다. 살펴보면 1. 5성부 합창, 2. 소프라노 독창, 3. 4성부 합창, 4. 소프라노 독창, 5. 5성부 합창, 6. 베이스 독창, 7. 4성부 합창, 8. 알토와 테너 2중창, 9. 5성부 합창, 10. 5성부 합창, 11. 테너 독창, 12. 알토 독창, 13. 소프라노와 베이스 2중창, 14. 여성 3중창, 15. 5성부 합창, 16. 5성부 합창으로 되어 있다. 또한 어떤 합창곡은 주로 모방대위법적으로 진행하고, 어떤 것은 주로 화성적인 진행을 한다.

즉, 바하나 다른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은 곡과 곡 사이에 심한 빠르기 변화를 주기보다, 박자와 형식·다이나믹스 등에 변화를 주어 음악의 대조를 나타나는 방법으로 충분히 효과적인 음악을 창조하였다. 이것을 잘 이해한다면 더 좋은 연주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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