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교회음악교실19

음악사의 시대별로 본 템포 지키기 <3>
낭만 시대

원성희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낭만시대의 음악은 클래식 (고전)시대의 음악과 달리 일정한 빠르기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에 악보에다 우선 각 곡의 일반적인 빠르기표 및 메트로놈 숫자를 기록해 놓고 곡을 연주하는 도중에 그런 본디 빠르기를 여러 가지의 특수 단어를 사용하여 조정하는 것이 낭만시대 (약 1803년부터 19세기말까지)음악의 특징 중 하나가 된다고 하겠다.

아래에 곡 중간에서 빠르기를 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를 기록하였다.

단어

약자

의미

ritardando

rit.

점점 느리게

rallentando

rall.

rit. (rall) al fine

곡의 끝까지 계속 점점 느리게

a tempo

조정된 빠르기 직전의 빠르기로

(piu) animato

(더욱) 활기있게; 조금씩 활기있게

poco a poco animato

Tempo primo

Tempo I

본디 (곡의 맨 처음의) 빠르기로

accelerando

accel.

점점 빠르게

stringendo

string.

빠르기를 압축하여 (점점 빠르게)

rubato (tempo rubato)

rub.

프레이즈 안에서 템포를 자유롭게

allargando

allarg.

폭넓게, 즉 그 표시부터 더 느리면서 무게있는 템포로

più (meno) mosso

più, meno

그 전 음악과 비교해서 더 (덜) 빨리

calando

cal.

점점 느리게 하면서 점점 조용하게

위 표에 나타나는 마지막 "calando"란 보통 성악음악보다는 기악음악과 관계가 되는 표시이다. 가장 까다로운 단어가 "rubato"일 것인데, 그 개념과 해석이 여러 가지로 많지만 핵심은 본 템포를 유지하되 프레이즈 내에서 약간 빨라지다가 느려지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rubato"란 "빼앗다"는 뜻인데 개념은 빠르기를 빼앗았다가 다시 돌려준다는 것이다. 비록 이런 표시가 성가대용 음악에 많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간혹 현대 교회음악에 보이는 것이라서 그 뜻을 알아두면 좋다.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Hector Berlioz (1803-1869), Felix Mendelssohn (1809-1847), Robert Schumann (1811-1886), Frédéric Chopin (1810-1849), Franz Liszt (1811-1886), Richart Wagner (1813-1883)와 Johannes Brahms (1833-1897)의 음악 속에는, 다른 여러 중요한 음악요소와 함께 그 전시대의 음악과 달리 음악의 움직임 속에서, 더 자유롭게 흘려나오는 템포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이 여러 작곡가들은 와그너와 리스트가 몇 곡씩 남긴 것을 제외하면 거의 종교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는데, 단 멘델스죤은 그의 작품에서 종교음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시편송과 모테트와 성가 (앤덤)와 오르간 음악, 그리고 오라토리오가 있는데 제일 유명한 예는 아마도 「엘리야」일 것이며 그 다음이 「사도바울」일 것이다. 이 두 오라토리오는 모두 우리나라에 출판되어 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두 작품 다 맨 끝부분에도 "rallentando"나 "allargando"와 같은 단어가 하나도 없고 「사도바울」에서 "poco a poco più animato"와 "più animato"란 표시가 한번씩 나타나 있을 뿐이다. 그 대신에 멘델스죤은 낭만시대의 독특한 방법으로 음악의 템포를 조정하는데, 곡중에 "Recit. (낭독조)" 부분을 넣고 그 다음에 "a tempo" 또는 다른 빠르기표 - 가령 andante, allegro vivace, adagio - 를 나타낸다. 또 예시없는 갑작스러운 템포변화로 andante→allegro vivace; andante grave→allegro non troppo; andante sostenuto→adagio등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곡을 끝마칠 때는 빠르기표를 사용하지 않고 보통 그 곡이 가지는 기본 음표 (나 나 )보다 2배 정도의 음길이 (나 나 )를 이용하거나 음표와 음표 사이에 쉼표를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곡을 마무리하는데, 이는 고전시대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국의 낭만파작곡가인 Sir Edward Elgar (1858-1934)는 이와는 많이 다르다. 엘가는 교회용 음악을 많이 작곡하였고, 오르간 음악과 오라토리오 4곡을 남겼다. 그의 오라토리오 악보를 보면 빠르기표와 빠르기 변화(조정)표가 35가지가 나타나며, 이런 빠르기표가 쓰여진 빈도는 1590번이다. 이 가운데 빠르기 조정표가 1357번 나타나 있다. 1896년에 작곡한 최초의 오라토리오 "The Light of Life (생명의 빛)"에서도 악보의 각 페이지마다 조바꿈, 특수기호표, 빠르기표 등이 몇 번씩 변하는데, 그가 작곡한 나머지 3개의 오라토리오와 비교하면 빠르기조정표가 그만큼 많지 않지만, 그래도 più lento, accelerando, stringendo, più mosso, allargando, ritardando, poco ritardando, rallentado, a tempo, tempo primo, 그리고 페르마타 ()와 tenuto (ten.) 등이 226번이나 나온다. 다른 세 곡 다 악보 앞의 첫 페이지에 작은 표가 나오는데

R ............ signifies ritardando

A ............ signifies accelerando

L ............ signifies largamente

이다. 엘가가 그의 음악 속에 rit., accel., larg. 등을 워낙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단어가 아닌 약자의 첫 글씨를 쓰게 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만 277번 쓰였다.)

엘가의 음악 뿐 아니라 다른 낭만파 음악도 이와 같은 자유롭게 흘러가는 음악을 중요시하는데, 이것을 바로 이해하며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낭만음악해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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