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30호

교회음악교실20

음악사의 시대별로 본 템포 지키기 <4>
현대시대

원성희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20세기초에 후기 낭만파와 인상주의의 영향을 계속 받으면서도, 서양음악은 여러 면에서 매우 다른 음악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12음 음악, 다조음악 (polytonality), 무조음악 (atonality), 다리듬 음악 (polyrhythm) 등으로 말미암아, 그 전에 생각도 상상도 못한 음악이 참으로 빠른 시간 동안에 여러 나라에서 이용되는 또 한 가지의 "음악언어"가 되었다. "다조음악", "다리듬 음악"은 조를 많이 이조하거나 박자표가 많이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율이 서로 다른 조나 서로 다른 리듬으로 같은 순간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교회음악이 이 여러 경향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연주자와 청취자 (특별히 성가대원, 회중의 경우에는)가 아마투어라는 점, 교회음악은 공동체의 영적인 행위라는 점 때문에 세속음악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종교작품 중에 이런 경향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교회용 음악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연주하는 음악이 이 새로운 작곡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음악의 리듬과 템포를 볼 때 짧은 곡 하나 가운데서도 참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 리듬을 조정하는 작곡법

1. 가장 많이 이용되는 변화법은 duple time (2박자계통)에서 triple time (3박자계통)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2/4 (혹은 4/4)에서 3/4박자로 옮기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는데, 때때로 겹박자 (9/8-12/8)로 가는 때도 있다. 지휘자에게 좀 까다롭게 될 수 있고 성가대원들도 습관이 될 때까지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경쾌한 느낌을 주는 작곡법이다. 2/2에서 3/2로 하는 형 또한 흔히 볼 수 있다.

2. 4분음표기준의 진행에서 8분음표 기준의 진행으로 옮겨가는 예가 많다. 2/4, 3/4, 4/4의 진행은 5/8, 7/8등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표시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의 뜻은 2/4박자 등에 포함되는 ♪의 길이와 5/8등에 포함되는 ♪의 길이가 같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5/8, 7/8박자의 경우엔 보통 작곡가가 지휘자에게 (2+3), (3+4), (3+2), (4+3)등으로 제시해 준다. 5/8박자는 한 마디에 8분음표 5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길이를 가진 2개의 박자 (4분음표과 점4분음표)가 한 마디 안에 있음을 말한다. 5/8에서 (2+3)이면 비교적 짧은 박자 다음에 비교적 긴 박자가 따라 나온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표현을 가지는 악보라면 그 음악은 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 박자표 바꿈이 음악 형식의 일부분이 되는 경우

현대음악에서 가령 3/8-2/4-2/8-2/4과 같은 패턴 (pattern)이 전체 곡의 리듬 구조가 되며 여러 번 반복되어 있는 곡들이 많다. 이는 가사와 멜로디의 나타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대 교회음악 작곡가들 중에 특히 John Rutter의 곡들 가운데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여러 곡을 살펴보면 비록 각각 매우 다르지만 박자표가 자주 바뀌는 것이 눈에 띄며 그의 작곡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복잡하게 보이지만 연주할 때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내 마음의 주여 소망되소서

  64마디로 되어 있고 주로 4/4박자로 되어 있다. 그런데 28마디부터 48마디까지 2/4-4/4-3/4-5/8- 3/8-4/4-3/4-2/4-5/8-2/4-3/4-4/4로 12번에 걸쳐 박자표가 바뀐다.

2. 주 찬양해

  역시 64마디로 된 짧은 곡이지만 서로 다른 박자표 7가지가 있으며 31번 박자형을 바꾼다. 시작되는 부분만 보더라도 7/8-4/4-6/8-4/4-6/8-4/4-3/4-4/4-3/8-5/8-3/8-4/4 등으로 되어 있다.

3. 보라 하나님의 장막

  이 곡은 비교적 긴 곡인데 151마디로 되어 있다. 박자표 8가지 (3/4, 5/8, 5/4, 4/4, 2/4, 6/4, 9/4, 3/8)가 이용되는 이 곡 안에 리듬과 박자는 60번에 걸쳐 바뀐다.

4. 주는 나의 목자

  18마디의 전주곡으로 시작되는 이 성가는 100마디로 되어 있다. 그 가운데 박자표가 24번이나 바뀌게 된다.

덜 복잡한 곡에서도 특이한 박자형 바꿈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로서 '교회력에 의한 예배찬양5'에 포함된 Jules Granier의 "호산나"를 들 수 있는데, 이 곡은 주로 12/8박자 (겹 4박자)로 되어 있지만 35마디부터 4/4박자 (홑 4박자)로 잠깐 옮기면서 "=♩"의 지시가 나타난다. 그 뜻은 12/8의 의 박자길이와 4/4의 가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좀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 곡의 끝부분은 다시 12/8박자로 되어 있다.

다른 예는 같은 악보집에 포함되는 B. Wayne Bisbee의 "오라, 기쁜 노래 부르자"이다. 이 짧은 (78마디)곡에는 박자표가 16번이나 바뀐다 (5/4-3/4-4/4-5/4-4/4-3/2-2/2-3/2-2/2-3/2-2/2-5/4-3/4-4/4- 5/4-4/4). 빠른 속도로 된 이 곡의 박자형 바꿈이 너무 빨리 나타난다고 연주자들은 생각하겠지만 가사의 흐름으로 자연적인 움직임을 가지는 곡이다. 특별히 지휘자가 이와 같은 곡의 리듬변화를 별도로 여러 번 연습하면 잘 습득할 수 있다.

더욱 짧은 곡으로 Martha Helen Schmidt의 "나는 비록 천하나"도 같은 곡집에 있다. 39마디로 구성된 이 곡은 박자표가 13번 (4/4-5/8-2/4-4/4-5/8-2/4-4/4-5/8-2/4-4/4-5/8-2/4-4/4) 바뀌지만 이 곡의 작곡법에 따라 음악이 네 번 반복된 것 뿐이다. 따라서 첫 9마디를 익히면 곡 전체를 쉽게 파악하게 된다.

현대 작품 가운데 교회용 음악의 여러 예에서 다양한 리듬형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은 것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충분한 연습으로 익숙해져서 하나님 앞에 즐겁게 찬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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