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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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교실23

성탄절과 주현절 - 잘 구별하여 지킵시다.

원성희 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올해도 12월 25일이 오면 온 교회가 기쁜 성탄절을 맞이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보내주신 이 엄청난 은혜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에 있어서 귀중한 음악으로 가장 뚜렷한 내용을 전달하는 일은 우리의 의무요 기쁨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노래하는 모든 크리스마스 음악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성경에 나타나는 그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것이 되어야 하며 세속적인 내용을 가지는 모든 다른 것, 가령 "루돌프 사슴코"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오 크리스마스 트리", "실버벨즈" 같은 것을 교회에서 - 예배 전에 즐겁게 부르는 시간에도 - 노래하는 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음악인이라면, 교회음악을 모르는 성도가 이러한 노래들을 포함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았을 때 받아들이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겠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거룩한 종교절기이므로 세속적인 요소와 섞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교회 밖에서는 종교적 요소와 세속적 요소를 섞어 가면서 연주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성탄절은 원칙적으로 12월 25일부터 1월 5일까지 이루어지며, "Twelfth Night"라고 하는 1월 5일은 성탄절의 마지막 날로서, 특별한 축제적인 의미가 있는 날로 여러 나라에서 지켜지고 있다. 1월 1일은 온 세계가 새해의 첫 날로 지키지만, 교회에서는 그 의미를 떠나서 예수님께서 태어난 지 8일이 되셔서 할례를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아기 시절을 하루만 (25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절기로 지키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전통이다. 이 기간동안 베들레헴에 있던 구유 안에서 아기 예수님이 나셨고 마리아와 요셉이 같이 있었고 (눅 2:1-7) 들에서 목자들이 양떼를 지키면서 천사의 메시지를 듣고 천사와 함께 수많은 천군이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를 노래하였으며 (눅 2:8-14), 목자들이 양떼를 두고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 앞에 엎드리고 (눅 2:15-20), 예루살렘의 시므온은 성가족 (Holy Family)을 보고 예수님에 관한 예언을 하였다 (눅 2:22-32). 성탄절은 이 모든 것들을 기념하는 때인 것이다. 이 사건들에 관한 음악들도 찾을 수 있으니, 이 기간 동안 연주하면 좋다.

주현절 (현현절)은 성탄절과는 다르다. 1월 6일부터 시작하여 6주일간 지키는 이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이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나타나신 것을 의미한다. 그 증거는 동방 - 외국 - 왕이나 박사 (천문학자)들이 예수님을 뵈러 갔다는 것이다. 이 동방박사들이 몇 명인지 성경에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마 2:1-12) 오랜 전통에 의하면 3가지의 예물을 그 앞에 드린 것으로 보아 3명이 아닌가 추측하며, 각각 다른 민족의 대표자로 절했던 것임을 옛날부터 교회에서 믿고 기념한 것이다. 이 당시 예수님은 갓난 아기가 아니라 혹 2살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 2:16) 기념되는 이런 사건들로 보아서 주현절은 분명히 성탄절에 관계가 된다기보다는 별도로 지켜지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담긴 절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성가대를 지휘하였을 때에 봉사하는 수요 예배가 바로 1월 6일이어서 "동방박사 세 사람"에 관한 곡을 선택하여 부르게 되었다. 성가대원들은 모두가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였으나, 회중들은 전혀 몰랐던 것 같다. 하여튼 예배를 드린 다음에 장로님들이 오셔서 웃으시면서 "1월은 헌신을 강조하는 기간인데 왜 크리스마스 캐롤을 노래하였는지"를 물어보셨다. 사실상 "동방박사 세 사람" (찬송가 116장)은 크리스마스 캐롤이 아니라 주현절 캐롤이기 때문에 성탄절 때에는 노래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 성탄절 만큼 중요한 절기인 주현절을 교회에서 꼭 지켰으면 한다.

여기서 교회음악인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무엇을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한번 깨닫게 되면 그대로 행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혹시 교회에서 성탄절과 주현절이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 교회음악으로 깨우쳐 줄 수 있으며, 믿음 안에서 다 성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 혼자만 그렇게 하면 교인이 뭐라고 할까봐" 두려워서 다른 모르는 사람들처럼 교회의 두 가지의 중요한 절기를 구별없이 지나가게 되면, 교회가 그만큼 허약해지고, 전파해야 할 복음 - 좋은 소식, 이방인에게 구원을 주신 기쁜 말씀 - 을 그만큼 제대로 전파하지 못하게 되는 불쌍한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개신교회에서 "다른 교회는 몰라도 우리 교회는 주현절을 잘 지키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고 "이제부터, 성탄절을 지키는 것처럼 주현절도 잘 지키자"는 운동이 일어나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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