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
|
교회음악과 달란트
홍정수 |
"지도자인 우리들은 예배순서 중 설교준비에는 시간을 많이 희생하여 그 주일의 설교내용과 음악순서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마나니 어찌 뜻있는 예배의 음악이라 하리요? 만일 설교내용과 뜻이 합하는 합창이 있어 그 순서가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예배가 될 것이랴? 그런 예배의식은 우리 신앙의 정서를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며 더 효과가 있는 의식이 될 것이며 이 점에 의식할 필요가 있는 줄 압니다. " 조순천: 종교음악의 중요성 신학지남 1937. 11. 173-177 예배의식에서 성가대의 노래와 설교의 본문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개신교적 전통이다. 카톨릭의 경우는 설교의 강조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설교와 성가대의 공통적 관계에 관한 언급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는 음악과 성경본문이 교회력에 의해 다 짜여져 있어서 그러하기도 하다. 카톨릭은 말씀보다는 성만찬을 더 강조한다. 반면에 개신교에서는 말씀을 강조한다. 이는 설교가 예배의 중심에 들어서게 한다. 그리고 개신교의 설교는 교회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위의 인용문은 목회자가 목회자들을 향하여 쓴 글이다. 설교준비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목회자들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음악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목회자의 모습도 지적되어 있다. 설교와 음악순서를 맞추는 것이 예배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순천 목사는 말한다. 그는 "숲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찬미하는 꾀꼬리의 노래나 봄날에 하늘높이 뜬 종달새같이 미묘한 음성을 가지지 못하며 하늘의 천군천사같이 합창은 못한다 해도 우리의 맘속에 있는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이면 그것으로 예배의 의식이 요구하는 노래는 만족하리라" 하고 말한다. 그의 생각은 음악이 아름다우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보다는 '부르는 사람의 신앙심'과 '말씀과의 동행'을 강조한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 초기의 설교 내용들은 상당한 수가 기독교의 기본진리에 관해 말하고 전파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내용이 상당히 '전도적'(또는 선교적)인 것이었다. 찬송가들도 당연히 전도노래들이 많았다. 한국사람이 작사한 찬송가들도 절대다수가 전도에 관한 것들이나 전도를 위한 것들이었다. 그러기에 한국교회가 전도집회용으로 탄생한 19세기의 영미의 복음성가를 많이 부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만약에 다른 내용의 가사들을 더 많이 불렀다고 하면 그것은 '파격'이지 '제격'이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조순천 목사가 지적하듯이 설교와 찬양이 동행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 때에도 사실이고, 오늘날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가 지적한 것은 주로 성가대 찬양에 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설교의 내용과 합하는 합창"). 오늘날 성가대 합창곡들을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전도의 노래가 많지 않다. 이는 찬송가에 있는 수많은 전도노래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확실히 많은 교회의 성가대들이 오늘날도 파격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설교와 성가대 찬양이 내용적으로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것은 한국 목회자들의 설교준비방식과도 상당히 관계가 있다. 즉 설교의 제목이 미리 나와야 성가대가 준비할 수 있다. 한편 성가대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테마에 맞게 성가곡들이 준비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것은 하고 싶은 데도 어려워서 못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여러 번 했기에 못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테마에 맞는 찬송가가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자"라는 테마로 설교를 했을 때에 부를 수 있는 성가대음악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내용에 맞춘 찬송가도 없다. 이러한 사실들은 개신교가 예배의 중심을 말씀으로 옮겨왔으면서도 음악은 같이 동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특히 성가대의 음악에서 그러한 양상이 심하다. 성가대음악은 "하나님 찬양"의 내용이 가장 많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찬송가에 대한 논의는 분분해도 성가대음악에 관한 왈가왈부는 드물게 본다. 한국교회는 60년대 이후 "하나님 찬양'"의 내용을 매우 강조하는 와중에 있다. 이것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전도노래나 그 비슷한 양식의 가사나 음악을 아주 부끄러워한다. 이는 "찬양"과 "예배"라는 개념을 숙고한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개념들에 맞는 예배의식이 강조되고 거기에 맞춘 예배음악이 도모된다. "예배"와 "찬양"이라는 말은 엄격성을 불러온다. 따라서 엄격하지 않은 한국교회의 예배와 찬양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카톨릭의 엄격한 의식을 동경하는 사람들까지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한국 개신교의 말씀 중심의 예배의식이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말씀과 같이 가야 할 음악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 교회의 성격은 '전도적'이다. '전도적'이라는 말이 국내적인 것으로만 들린다면 '선교적'이란 말로 표현해도 좋다. 한국교회는 전도의 시야를 넓혔다. 그러나 그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다. 조순천 목사는 교회음악이 ①'예배에서의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의 말을 했다. 그 밖에 그는 ②'생활 가운데에서 중요하다', ③'전도에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여 <교회음악의 3 중요성>을 거론했다. 이는 한국교회의 교회음악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대략적으로 보아 이는 사실이다. 또한 대단히 균형 잡힌 생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서양의 교회음악이론이 가진 가장 큰 맹점은 '교회음악이 예배에 중요하다'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모든 교회음악을 규정하려고 하는 일이다. 우리는 "예배"와 "찬양"의 말뜻에 관한 숙고하고 우리의 예배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활", "전도" 등 교회음악의 다른 기능을 억제하는 것으로써 착상되는 것은 옳은 생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를 달란트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달란트는 증식되기 위한 것이지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달란트를 증식시키는 일에는 걱정도 함께 따른다. 그러나 걱정만 응시하고 있으면 달란트는 그대로 있다. 이 글은 인터넷 웹진 <음악이좋>에 실렸던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
≪특강≫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