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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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외우는 것에 대하여
원성희 교수 |
|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 한 분이 매우 잘 지도하고 있는 여성 노래 선교단이 있었는데 이미 국내외 연주를 통해서 이름이 잘 알려진 단체였다. 이 선교단에게 뜻밖에 12월에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연주할 기회가 갑자기 주어지면서 지휘자는 좋은 연주를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게 되었다. '「수준급」 합창단도 아닌데 어떻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연주를 할까?', '장소가 매우 넓은데 청중이 별로 없으면 어쩌나...' 등을 걱정하는 가운데 마침내 생각해 낸 것은 선교단과 함께 유명한 성악가들을 독창자로 모시고 연주회를 하면 그래도 수준 있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다. 초대된 '독창자'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이며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었다. 드디어 연주하는 날이 되었다. 합창단은 매우 아름답게 노래했다. 독창자 4명 또한 나름대로 익숙한 대중곡을 잘 노래하였다. 그런데 2부에는 성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준비하여 4중창으로 연주해 달라고 한 것 같은데, 두 명의 여성독창자가 굉장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역시 연주복을 입은 두 명의 남성과 함께 입장하면서 '찬송가'를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크리스마스 캐롤을 노래하는 것이어서 찬송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나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룰 외워 아름답게 노해할 수 있다면 간단한 캐롤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이 없는가? 악보를 계속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말이다!) 관객들은 지루한 한 스테이지를 경험하게 되었고,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훌륭하게 준비한 합창단이 모든 프로그램을 담당했다면 몇 배나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이와 같은 일이 10년 이상 전에 있었던 것인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겠지 하고 생각하고 싶어도 사실은 너무 똑같다. 작년에 유명한 성악가 몇 명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마찬가지로 오페라 2중창을 너무나 잘 들려주었고 성가는 보통으로 노래했으며 모두 함께 노래한 '살아계신 주'는 악보를 보면서 연주함으로써 성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어떤 자선 음악회 가운데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역시 '살아계신 주'를 외우지 못해서 제3절의 후렴 부분까지도 끝까지 악보를 보아야 했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연주를 앞두고 악보를 외워야하는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해석이 우리 사회에 보인다. 독창, 독주회로 가면 독창자가 모든 곡을 외우는 것이 필수적이고 피아노 연주회도 마찬가지이다. 바이올린 독주회의 경우에는 연주자에 따라 다르니까 외우는 사람도 있고 악보를 보는 연주자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 다른 악기 - 즉 오르간, 플루트, 오보, 첼로 등 - 를 연주할 때에 악보를 보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되었다. 물론 항상 예외가 있다. 최근에 멋진 연주로 슈베르트의 '바위 위의 목동'을 감상하였는데, 소프라노 뿐만 아니라 클라리넷 연주자도 그 음악을 외워서 연주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합창단 (성가대 포함)도 가지각색이다. 그래도 바로 몇 년전의 우리 나라 합창 연주 상태와 현재의 수준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이 많이 좋아졌다. 여러 합창음악 페스티발과 세미나와 자선음악회 등을 참석하고 나면 느끼는 점이 많은데 어쨌든 각 성가대마다 세밀한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연주복이나 성가대 가운 결정, 여성들의 신발과 스타킹 색깔까지 의논해서 듣기 좋은 연주만이 아니라 보기 좋은 연주회가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옛날엔 그렇지 않았지만 요즈음 이와 같은 연주회이면 단원들이 여러 곡을 다 외워서 연주한다. 간혹 한 팀이 곡을 외우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으로 연주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교회에서도 때때로 노래하는 곡마다 다 외우는 성가대도 있고, 악보를 들지만 거의 보지 않는 성가대도 많다. 그런데 성가를 부를 때에 머리를 숙이고 지휘자를 못 보고 악보만 보는 성가대윈들도 꽤 많이 있다. 그 이유가 자신이 없어서 그런지, 외워야 한다는 생각 없이 노래하는 습관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음악을 외워서 연주하는 것과 외우지 않는 것에 각각 장단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위의
표에 기록한 대로 교회에서 연주할 때에 음악을 외우든지 외우지 못하든지 장단점이 다
있다. 하지만 교회에서 찬양할 때에는 매우 중요한 목표 즉,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행위인 만큼 최선을 다 해서 그 음악이 살아 있는 재산이 된다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시간을 내어서, 좀 더 넓고 깊은 생각으로 음악을 외우는 것까지 신경을 쓰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
교회음악교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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