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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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에서 오르간과 피아노의 사용에 관하여
조명자 |
전통적으로 오르간은 교회의 악기로써 예배를 위하여 중요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왜냐하면 오르간의 음색이 경건하고도 장엄한 예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오르간이란 우리가 통속적으로 생각하는 리드오르간이나 전기오르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프오르간을 의미한다. 오르간의 중요성 오르간은 교회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하나의 장식품이 아니라 예배를 위하여 꼭 필요한 악기이다. 첫째로, 오르간은 예배에서 회중찬송 (congregational hymn)을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중찬송은 성가대 지휘자가 앞에 나와서 인도하거나, 목사가 마이크에 대고 크게 부르는 찬송을 따라 회중들이 부르는 것이 아니다. 회중찬송의 인도는 오르가니스트의 제일 중요한 임무이다. 오르가니스트는 정확한 오르간 테크닉과, 다양한 창의적인 연주방법, 찬송가에 대한 올바른 지식, 무엇보다 정성들인 준비로 회중들이 찬송을 더 아름답고 더 훌륭하게 부를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로, 오르간은 성가대의 찬양을 반주하는데 꼭 필요하다.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하게 작곡된 성가곡일지라도 성가대원과 지휘자, 그리고 오르가니스트가 한 마음이 되어 정성들인 연주를 할 때 최선의 음악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셋째로, 오르간은 에배 중 독주악기로서 예배를 돕는다. 즉, 예배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전주 (Prelude), 그 날의 설교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올바른 기독교인으로서의 발걸음을 사회로 내딛는 회중들을 위한 후주 (Postlude), 예배의 순서 순서를 매끄럽게 연결 시켜주기 위한 간단한 간주곡 (Interlude), 그리고 헌금송 (Offertory)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오르가니스트는 전주로써 예배를 시작하고, 회중찬송을 인도하고, 성가대의 찬양을 반주하고 헌금송을 연주하고, 후주로 예배를 끝맺는 등 예배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건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예배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오르간과 오르가니스트의 역할은 참으로 지대하다 할 수 있다. 오르간과 피아노의 공용문제 그런데, 우리는 피아니스트와 오르가니스트가 같이 예배에서 회중찬송을 인도하고, 성가대의 찬양을 반주하고 피아니스트가 독창을 반주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피아노는 타악기적인 음질을 가지고 있어 교회예배의 분위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교회에 오르간이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만 귀한 오르간을 설치해 놓고도 왜 피아노가 옆에서 오르간과 이중주를 해야만 하는가? 또는 왜 오르간 대신 피아노가 사용되어져야 하는가? 이것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첫째, 오르간 (전기오르간 일 경우)의 성능이 너무 나빠서 오르간의 소리만으로는 회중찬송을 인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 둘째, 오르가니스트의 기술부족으로 오르간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 셋째, 습관적으로 이왕 두 악기가 다 설치되어 있으니 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리고 넷째로, 오르간의 위치 등이다. 회중찬송을 잘 인도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뒤까지 충분히 울려 퍼질 수 있는 음량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오르간 소리가 좀 빈약하다고 생각될 때 이를 도와주기 위해 피아니스트가 같이 연주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심한 예를 들면, 두 사람 중 누가 전주를 할지, 어떤 템포로 연주할지 서로 신경전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교회에 새 오르간이 설치되고 새 오르가니스트가 왔는데, 목사님이나 음악담당 책임자께서 먼저 있던 피아니스트에게 미안하여 그대로 피아노 연주를 계속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도 들었다. 사실상 오르간소리에 파묻혀 피아노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말이다. 성가대의 찬양을 반주하고 독창을 반주하는 경우도 생각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성가대와 독창을 반주하는 일은 회중찬송 인도와 더불어 오르가니스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지휘자가 오르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 지휘자는 오르가니스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오르간의 사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는 피아노만을 적절한 성가대의 악기라고 쉽게 선언하고 나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르간은 노래와 맞추기 힘든 악기, 성가대원, 혹은 독창자가 오르간은 음을 잡기 힘든 악기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오르간의 사용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불편해 하던가, 어떤 노래든지 "무조건" 피아노와 오르간을 같이 반주하게 함으로써 교회음악의 질을 저하시키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물론 특별히 피아노의 효과를 이용하도록 쓰여진 곡, 피아노와 오르간이 적절히 어울려 사용되도록 작곡된 곡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수년 전 서울의 어느 교회에 아름다운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모든 교인들이 매우 기뻐하는 때에 오랫동안 봉사하던 그 교회의 지휘자가 오르간 설치를 비난하며 사임하였다고 들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걱정해서였을까? 각 교회 교회음악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는 지휘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단정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교회음악의 전통을 이루어 나가기 위하여 지휘자는 먼저 교회의 악기인 오르간과 오르간 연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한가지 예를 들면, 어느 지휘자는 오르간은 시끄러운 큰소리만 낼 수 있는 악기라는 그릇된 상식을 가지고 오르가니스트에게 성가곡의 중간 중간에 마치 효과음악을 연주하듯 ff를 내달라고 부탁한다고 들었다. 오르간의 소리나는 원리, 오르간의 다양한 음색, 피아노와는 다른 오르간 연주를 위한 오르가니스트의 준비과정 (적절한 음색을 만들고, 연주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그 음색을 미리 입력 시켜 놓는 작업 등)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지휘자는 자신 있게 오르가니스트에게 적절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오르간의 다양한 음색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성가대원 혹은 독창자가 오르간 반주로는 음을 제대로 못 잡는다던가, 호흡을 맞추기가 힘들다고 생각하여 예배에서의 오르간 사용을 포기한다든가, 그 반대로, 불평하는 성가대원, 독창자를 더욱 격려하여 오르간에 점차 익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지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휘자의 권한에 달린 것이다. 오르가니스트는 의견 제시는 할 수 있어도 결정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르가니스트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성가곡과 독창곡들은 거의 대부분 피아노 반주로 되어있다. 이것을 오르간 반주로 하려면 오르가니스트는 먼저 피아노곡을 오르간곡으로 적절하게 편곡을 해야 하고, 손으로 연주하는 부분과 페달과 같이 연주하는 부분 등을 정해야 하고, 그 곡의 특성과 어울리는 오르간의 음색을 결정한 후 철저하게 연습을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오르가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자격을 갖춘 후, 거기에 덧붙여, 위에서 언급한 오르간으로 연주시 필요시 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숙련된 피아니스트만큼 손이 돌지 않는 오르가니스트, 리듬감이 없는 오르가니스트, 음악성이 부족한 오르가니스트, 그리고, 반주자로서의 감각이 없는 오르가니스트들이 안이하게 반주를 맡고 있는 한, 오르간 반주와 오르가니스트의 위치는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오르간의 위치가 성가대의 위치와 너무 떨어져 있을 때 (왼쪽 끝과 오른쪽 끝, 혹은 앞쪽과 발코니 등), 지휘자의 고민은 심각하게 된다. 오르간 반주만으로는 사실상 성가대가 노래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음악 담당자들의 이해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오르간은 꼭 있어야 할 부분에 설치되고, 꼭 필요한 부분에 불편 없이 사용되어져야 한다. 오르가니스트의 고민을 덜어주고, 아름다운 예배음악, 오르간음악의 전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사님, 지휘자, 성가대원들의 교회음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르간만으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낡은 오르간이거나 , 빈약한 오르간이거나, 오르가니스트가 실력이 부족하여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을 때 행해지던 습관의 하나인 피아노와 오르간의 동시사용의 습관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오르간을 가진 교회에서, 또, 능력 있는 오르가니스트가 있는데도 시정 없이 그대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이다. 이왕 있는 피아니스트의 입장을 배려해서, 피아니스트가 오르가니스트보다 연장자 내지는 선배라서, 피아니스트가 어느 목사, 혹은 어느 장로의 자녀라서, 오르간 대신 피아노를, 그리고 이왕 있는 두 악기를 아무 생각 없이 매번 같이 연주하도록 허용한다는 현실은 어서 속히 과감하게 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물러 설 수 있는 피아니스트자신들의 용단 또한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꼭 진지하게 오르간 공부를 다시 하여 실력 있는 오르가니스트가 된 후 계속해서 교회에서 봉사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르가니스트 자신에게 한국교회 오르간음악의 발전을 위하여, 아름다운 예배음악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르가니스트 자신들의 확고한 소명감과 책임의식이 요구되어진다. '손님 오르가니스트'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듣게 된다. 즉, 오르가니스트가 그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잠시 머물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교회가 생기면 쉽게 옮겨가는 실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르가니스트는 절대로 손님이어서는 안 된다. 목사님이 그러하듯이 어느 한 교회에 소속되어 그 교회를 위해서 전적으로 헌신하여야 한다. 주일날 오전 7시에 A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숨이 차게 달려가 B교회의 9시 예배를 반주하는 등, 심지어는 세 교회를 돌아가며 반주하는 정력적인(?) 오르가니스트도 보았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는 몇몇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름답게 비쳐지지 않는다. 오르가니스트의 막중한 책임을 잘 감당하기 위하여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준비 없이 교회에 가 회중찬송 인도시 계속 틀린 페달을 연주하고, 매번 똑같은 주악을 연주하고, 성가대와 독창의 반주를 엉망으로 망쳐놓는다면 누가 오르가니스트의 권위를 인정해 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비전공자와의 구별된 대우를 요청할 수 있겠는가? 맡은 책임도 제대로 감당 못하면서 "교회음악은 이래야 한다, 오르간이 모든 걸 담당해야 한다"고 어떻게 감히 주장할 수 있겠는가? 더 좋은 오르가니스트가 되기 위하여, 더 훌륭한 한국교회 오르간음악의 발전을 위하여, 더 나아가, 한국교회 예배음악의 발전을 위하여 오르가니스트들 모두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단단히 하자. 목사님, 장로님, 지휘자들을 원망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위치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맡겨진 막중한 책임부터 성실히 다 하자. 아름다운 예배음악의 풍토가 한국교회에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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