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소식 39호

40호

≪특강≫

미국 교회 성가대의 현주소(1)

-변화되는 문화와 그 문제점-

Robin Leaver

미국 Westminster Choir College 교회음악과 과장

미국교회음악계의 모든 문제점이 단순히 교회성장운동의 책임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몇몇 교만한 음악목회자들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음악목회자들은 회중을 위한 가장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우리들만 안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까지도 간간이 교회에서 봉사하는 오르가니스트나 성가대 지휘자 -간혹 목사- 가 회중에게 자기의 음악관을 받아들이도록 강조하는 거만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교회음악 리더의 직무는 목회적이고 예의식적이며 또한 신학적이어야 한다. 교회음악인은 우선 어느 정도 그가 봉사하는 교회의 회중의 신학적인 관점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이해가 없으면 교인들을 제대로 섬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음악인이 교인들의 신뢰를 얻었을 때 그들이 그 교회음악인을 교회와 별 관계가 없는 그저 월급만 받는 외부의 음악가가 아닌, 참된 내부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과거 미국 교회에서는 일반음악전문가를 고용하여 그에게 월급을 주고 교회음악리더의 직분을 맡긴 일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또 한가지 미국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교회합창의 문제는, 주일 아침에 "성가구멍"의 관습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성가구멍"이란 3분내지 4분의 시간동안 성가대가 노래하는 시간인데, 이것은 성가대가 얼마나 노래를 잘 하는지 보여주는 기회로서 그 할당된 시간만 채울 뿐 진정한 찬양의 의미를 갖고있지 않다. 이런 사실자체가 성가대의 역할을 진부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전 시대에 사용했던 예배용 음악의 큰 비율을 쓸모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하면, 헨리 퍼셀의 버스 앤덤 (verse anthem)곡들과 바하의 교회칸타타곡들, 멘델스존과 브람스가 작곡한 모테트곡들의 연주시간은 10분내지 35분이 되는데 그 짧은 3-4분의 시간에 이러한 곡들을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근대음악이 아닌, 전 시대의 음악을 예배음악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편곡하여 매우 짧아진 곡으로나, 곡을 부분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주일아침 예배의 소위 신성불가침의 시간인 59분의 경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시대의 위대한 음악을 원상 그대로의 상태로 보전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예배용 음악으로 잘못 편곡된 노래를 사용하는 일이 있다. 가령 바하의 4성부 코랄을 3성부로 편곡하거나,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임- 어떤 곡의 큰 부분을 아예 빼내기도 한다. 이러한 일은 작곡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의 음악논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음악의 보다 나은 표현에 있어서 크게 방해가 되는 방법이다.

미국교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예배를 은밀히 해치는 경향이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예배를 위하여 작곡되지 않은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라토리오 중의 아리아나 합창곡을 사용하는 일은 오래된 관습이지만 예배시간에는 별로 좋지 못하다. 많은 경우 이런 아리아와 합창곡의 배경이 성경의 내용이긴 하지만 회중은 이런 음악이 오라토리오의 일부분 즉, 종교 연주회용 음악으로서 독립된 작품인 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음악을 예배시간에 듣게 되면 회중의 지각은 미묘하게 이런 규모가 큰 종교 연주회용 작품의 일부분을 감상하기 위하여 예배가 잠시 중단되게 되며 음악이 끝나야만 비로소 예배가 계속되어진다는 것이다.

반대의 경향도 있다. 예배용 음악으로 작곡된 곡을 성가대들이 주일 낮 예배 때가 아닌 주로 주일 오후 종교적 연주회 때에 노래한다. 이렇게 되면 명백히 예배의 일부분으로 노래하기 위해, 아니면 특별한 예배 의식적인 기능을 실행하기 위해 작곡된 것을 종교적 연주회음악으로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교회성장운동을 도모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이와 같은 종교적 음악회용 음악을 예배시간에 이용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예배당에서 이런 노래를 삼가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을 더욱더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교회에 있어서 음악은 변화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과거에 했던 것과 현재에 하고 있는 것 모두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바로 '예배의식 음악의 본질'이다. 리터지에 의한 성가대용 음악이나 회중용 음악, 어떠한 음악이든지간에 이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배에 있어서 음악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음악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음악이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회음악"보다 "리터지칼 음악"에 관하여 말하고자 한다. "리터지칼"이란 단어는 이런 음악에 있어 예배에 기여하며 여러 특유한 기능을 하는 데에, 특히 예배시간에 있어서 중요한 순서 사이사이에 예배를 연결하는 역할로서 찬양에서 기도로, 기도에서 경외심으로, 경외심에서 찬양으로, 찬양에서 기도 등 예배의 흐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배를 위한 음악은 그 날의 성경봉독의 내용을 깊은 묵상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할 만한 것이어야 하며 또한 예배의식 속에서 그 순서에 어울리는 음악의 자리를 잘 기억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것을 계획하는 일은 창조적인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단순한 선곡으로 지난번에 노래한 것, 또는 악보 보관실에 이미 있는 것이나 성가대가 아는 것으로 적당히 그 자리를 메꾸어 이 선택과정의 중요성이 감소하기도 한다. 물론 선곡결정이라는 것은 제2의 중요성의 정도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우리의 음악이 진실로 믿음의 공동체로서 예배의 중요한 범위를 섬기고, 그 섬김에 있어 부족한 것이 없다면 말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교회에서는 예배용 합창성가가 참으로 많이 작곡되었다. 음악적으로도 대체로 괜찮고, 길이는 예배에 필요한 3-4분을 넘지 않는 곡들이어서 널리 이용되었다. 많은 출판사가 계속적으로 이런 피스를 대량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창조적이고 독특한 곡은 별로 없다. 여기서 예외적인 작곡가들은 Cherwien이나 Rowan과 Hurd, 그 외에 한 두 명이 더 있는 정도이다. 현대에 작곡된 이러한 성가곡들은 대략 어떤 찬양인지 회중들이 듣자마자 금방 추측할 수 있으며 새로운 것인지 아닌지의 구별이 모호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작곡가들이 새 세대를 보고 미국교회용 음악을 작곡하는 일에 더욱 창조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작곡가 중 한 사람이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칼리지에 있는 나의 동료 Steve Pilkington교수이다. 여태까지 많은 양의 음악을 출판하지는 않았으나 우리 채플의 예배시간 동안에 사용한 음악은 우리들에게 이와 같은 예배음악의 역할에 관해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었다. 아주 독창적인 편곡으로 잘 알려진 "What wondrous love is this? (이 놀라운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곡이 있다. 너무나 친숙한 멜로디이기 때문에 과연 누가 편곡하여, 신성하면서도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Steve Pilkington은 그렇게 한다. 그는 이 멜로디의 마음에 떠오르는 본질과 가사의 깊은 뜻을 잘 표현한다. 멜로디를 조용한 불협화음으로 빈번하게 겹치게 하다가 마침내 해결하는 방법으로 작곡하는 것이 특징이다.

Steve Pilkington이 이러한 곡을 작곡하는 목적은 완전히 미국식으로 작곡하면서 온전한 예배음악으로서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목적의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어진다. 미국식의 예배음악을 계속해서 수입하는 것보다 철저히 한국식의 음악양식을 발전시키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 작곡가들이 유럽적인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양식을 찾아낸 것처럼, 한국 작곡가들 또한 미국식의 작곡법 대신 예배음악을 위한 한국식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작곡가들에게 우리는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지난 5월 14일 새문안음악교육원의 교회음악이론 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