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소식 39호

40호

교회음악교실30

Chant의 역사와 연주법
2. Anglican Chant

원성희
본 새문안음악교육원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영국교회가 15세기에 로마 카톨릭 교회로부터 독립하고 개혁교회로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을 때, 구교에서 행했던 것 가운데 무엇을 수용하고 보존할 것이며 또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었다. 영국교회 (Anglican Church)가 내린 가장 중요한 결정은 예배에서 라틴어 대신 모국어인 영어를 사용하기로 한 것인데, 이것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결정이었으나 이에 따르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물론, 리터지 -그 중 기도문과 미사와 관련된 모든 순서 등-를 번역하는 일은 크나큰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레고리오 성가에 있어서는 아무리 라틴어를 잘 번역하여도 매끄럽지 않아서 문제가 남았으므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제대로 노래할 수 없었다.

1. 영국교회 예배의식과 음악

우리 나라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여러 교파들와는 달리 영국교회 (성공회)에 있어서 리터지 (예배의식)는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예배의식에 관한 책인 "The Book of Common Prayer (공동 기도서)" (1571년)를 보면 예배의 순서, 시편, 각각의 날에 해당하는 기도문, 시편과 캔티클 (교회의 찬미)의 내용이 있다. 그리고 각 시편이나 기도문 등을 언제 낭송하는지를 설명한다. 교회력을 철저하게 기키는 성공회는 예배와 그에 해당되는 각 순서 역시 교회력에 의한 내용대로 되어 있어서 예배의식과 음악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공회에서는 150개의 시편을 한 달 동안 모두 봉독하며, 구약성서 (시편제외)를 1년에 한번씩, 신약성서는 1년에 2번을 전체 봉독한다. 산문체로 된 이 두 가지의 중요한 순서는 시편과 캔티클이다. 시편의 말씀과 캔티클의 말씀을 노래로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특수한 방법을 창작하였는데, 바로 앵글리칸 챤트 (Anglican Chant)이다. 이 음악 외에도 성가대와 회중이 함께 노래하는 찬송이 있으며 성가대가 노래하는 성찬식순서 (키리에, 크레도, 거룩송, 아뉴스데이, 글로리아)도 있다. 하지만 만약 어떤 교회에 성가대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너무 수준이 낮아서 이 음악을 노래할 수 없을 때는 회중과 함께 이 순서들을 봉독한다.

2. 영국교회 Anglican Chant의 특징

1) 화음이나 특수표시 같은 것이 많지 않다.

2) 이 방법으로 잘 노래하기 위해서는 노래하는 사람의 지성과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

3) 가사를 노래할 때 깨끗한 발음이 필요하고 자연스러운 강약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읽는 것처럼 한다.

4) 각 음의 길이와 강세는 음표의 길이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단어 그 자체에 따라 결정된다.

3. 영국교회의 Anglican Chant 연주법

이 특수한 챤트의 연주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모두 4성부의 화음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다소 단순한 음악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조성의 변화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다. 각 악보에 뚜렷한 리듬이 있고, 일반 찬송과 일치되는 부분이 있으나, 일반 찬송의 가사가 운문형식의 시이며 압운이 있는 반면, 시편이나 캔티클을 노래할 때에는 운문형식도 아니며 압운도 없다.

또한 전체 음악은 모두 4개의 악절이 ∥의 표시에 의해 나뉘며, 다시 각 악절은 몇 부분의 에 따라 나뉘어 노래 부르게 된다. 가사는 각 절마다 길이가 다르나 중간에 ：이 있고, 각 절 안에 2개나 3개의 부호 (▼)가 있으며, 간혹 숨표 ( ’)도 있다. 노래하다가 숨표에서는 일단 정지 하지만 ▼와 ▼사이의 말들은 그대로 노래하는 것이다. 각 악절의 마지막 음인 온음은 대개 한 어절의 가사가 붙어 있지만 만약 두 음절일 경우는 첫째 음절을 강조하고, 둘째 것은 가볍게 노래한다. 각 악절의 끝에서 두 번째 마디에는 보통 두 개의 음이 있으며 각각 한 어절씩 붙어 있는 것이 원칙이다. 가사에 여러 부호가 있는 이 방법을 pointing (지적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챤트 형식은 찬송가 70장, 548장에서 찾을 수 있다.

4. Anglican Chant의 예

5. Anglican Chant의 문제점

비록 성공회가 전통을 기키며 챤트 형식을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노래를 자주 듣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노래하려고 한다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찬송가 70장, 548장을 챤트 원래의 형식과 관계없이 '나름대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앞부분의 가사를 달려나가듯 빨리 노래하다가 화음진행의 어절식으로 부르는 뒷부분은 또 너무 느리게 노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처음부분의 온음표에 붙은 가사까지의 프레이즈는 그 말을 정확히 조금 천천히 노래하고, 그 다음에 나오는 2분음표나 4분음표로 노래하는 부분은 보통 빠르기, 즉 일반 찬송의 빠르기의 진행대로 노래하는 것이 바르게 부르는 것이다.

요즈음은 음반으로 챤트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중에서 Anglican Chant로 시편을 노래한 몇 개의 CD도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통하여 전통의 고유하고 독특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